"전셋값 수억 더 냈는데…옆집은 보증금 되돌려 받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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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4년차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가보니서울 강동구 고덕동 대장 아파트 '고덕그라시움'이 입주 4년 차를 맞았다. 전세 손바뀜이 일어나는 가운데 입주장에 들어왔던 세입자는 전셋값을 더 내고, 2년 전 집값 급등기에 입주한 세입자는 전셋값을 되돌려 받고 있다. 다중 전셋값이 시장가에 맞춰 수렴하고 있다. 전문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임대차법 도입 등으로 전세 시장이 혼란스러웠지만 차츰 정상화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장에 들어갔던 세입자, 갱신권까지 종료…2억원 상승 계약
급등기 계약 맺은 세입자, 2억원 되돌려 받는 '역전세'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용면 84㎡ 기준 4년 전 5억~6억원대 계약을 맺었던 세입자들은 8억~8억5000만원에 새로 계약을 맺었다. 같은 기간 전용 59㎡는 3억~4억원에 신규 계약을 체결했는데 최근엔 5억5000만~6억5000만원에 계약을 다시 맺고 있다.4년 전에 입주했던 세입자들은 2020년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전세를 살고 있었다. 법이 보장하는 4년의 기간이 끝나면서 전셋값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들은 적게는 3억원에서 많게는 4억원까지 보증금을 더 내면서 신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고덕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입주장에 들어온 세입자는 수억원씩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래도 나가지 않고 돈을 더 내는 경우가 많다"며 "세입자들이 전셋값 상승을 어느 정도 예상해 여력이 있는 세입자들은 계약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파르게 치솟은 전셋값을 부담하기 어려워 다른 단지나 아예 경기도로 이동하는 사례도 있다. 고덕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이 단지에서 나오는 세입자들은 강일동에 새로 입주하는 '힐스테이트 리슈빌' 입주장을 노리거나 아예 경기도 하남에 있는 '미사강변도시' 등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전셋값을 더 내는 것과 반대로 보증금을 되돌려 받는 경우도 있다. 집값 급등과 맞물려 전셋값도 폭등했던 2021년 전세 계약을 맺었던 세입자들의 경우다. 2021년 이 단지 전용 84㎡ 신규 전세 계약은 최고 11억원까지 맺기도 했다. 현재 시세와 비교하면 1억~2억원가량 더 높았다. 이들은 재계약 시기가 돌아오면서 오히려 집주인에게 전세 보증금을 받고 있다.
상일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역전세 이슈가 곳곳에서 나오면서 집주인들도 재계약 시기에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일부 돌려줘야 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이나 신용대출,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등 보증금 반환에 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차법이 도입된 이후 이 단지 전셋값은 이중, 삼중가격으로 나뉘었다. 2021년 10월 이 단지 전용 84㎡는 10억7000만원(20층)에 신규 계약을, 같은 층이 5억5650만원에 갱신 계약을 맺었다. 7억9000만원(17층)에도 갱신 계약이 맺어졌는데 이는 세입자와 집주인이 가격을 협의하고 맺어진 계약이다.이런 다중화된 가격이 시장가로 수렴하고 있는 모양새다. 상일동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임대차법이 처음 시행됐을 땐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전셋값이 시세에 맞춰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불안요소는 있다. 전세물건이 급격하게 줄면서 전셋값이 오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부동산에 따르면 '고덕그라시움'에 나온 전세 물건은 모두 207개에 불과하다. 이 단지가 4932가구의 대단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4%가량만 매물로 나와있는 셈이다. 고덕동 E 공인 중개 관계자는 "기존에 살고 있던 세입자 60~70%는 다시 계약을 맺는다"며 "오히려 전세가 많지 않아 호가는 오르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는 임대차법 도입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공급 부족 등으로 서울 전세 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것은 많지만 시장을 흔들 만한 큰 악재가 없다면 장기적으로 시장은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