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급락 희생양 찾는 中 당국…수사 확대중"

WSJ "헝다 회장 구속 이어 대형은행 前행장도 조사"
중국의 부동산 시장 급락이 중국 경제의 회복을 위협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울 '희생양'을 찾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쉬자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 회장의 범죄 혐의를 포착해 지난달 28일 그를 구속한 데 이어 최근 은행권 주요 인사와 금융회사를 상대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조사 대상 중에는 중국 대형 은행 중 하나인 중국은행의 전직 은행장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업계를 향했던 당국의 대대적인 수사의 칼끝이 이제는 이들 업체에 돈을 빌려준 금융권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 당국은 쉬자인 회장을 비롯한 헝다 경영진이 대출을 대가로 금융회사 간부들에게 뒷돈을 제공하는 등 자금 모집을 위해 불법 행위를 했는지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쉬자인 회장 구속 이후 소셜미디어엔 헝다가 은행 간부나 다른 VIP를 접대하기 위해 자체 무용단을 운영했다는 등의 고발성 콘텐츠가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WSJ은 중국의 이 같은 수사 확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관료 회의에서 부동산 업계를 규제하는 데 있어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주문하고 반부패 행위를 끝까지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 붐에 편승, 호황을 누리던 헝다는 당국이 2020년 투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대대적인 규제에 나서자 자금난에 빠져 2021년 12월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이어 지난 8월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법 15조(챕터 15)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한 바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앞서 분석가들을 인용한 보도에서 "쉬자인의 몰락은 슈퍼리치들이 금융과 사회 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중국 당국의 뿌리 깊은 우려를 나타낸다"며 "중국 당국은 민간 분야 신뢰에 대한 잠재적 타격과 관계없이 쉬자인에 대한 조치에 주저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