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두번째 '나크바' 겪을 줄이야" 가자지구 90대 할머니

1948년 전쟁 때 실향, 75년 만에 다시 피란생활…"지금이 상황 더 나빠"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선언 이후 벌어진 아랍·이스라엘 전쟁 당시 젊은 여성이었던 수아드 알 알렘은 지금은 이스라엘 도시 아슈켈론의 일부인 팔레스타인 마을 알 마즈달로 진격해 오는 이스라엘 군을 피해 집을 떠나야 했다.가자지구 경계에서 북쪽으로 15㎞가량 떨어진 알 마즈달은 한때 섬유 제조업으로 유명하고 떠들썩한 시장이 있던 활기찬 마을이었지만, 전쟁을 겪은 이후 지금은 옛 모습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제 90대 노인이 된 알 알렘은 가자지구에 살고 있었지만,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피해 또다시 집을 등지게 됐다.

미국 CNN 방송은 27일(현지시간) 젊은 시절 팔레스타인인들이 '대재앙'(나크바)이라고 부르는 실향의 고통을 겪었고 인생의 황혼기에 또 다시 비슷한 아픔을 겪게 된 알 알렘 할머니의 사연을 소개했다.지난 7일 가자지구를 실질적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하고 이스라엘이 곧바로 반격에 나서면서 양측의 무력 충돌은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가자지구에서 수천명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를 피해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피란길에 올랐다.

알 알렘 할머니는 CNN에 "매일 하늘과 땅에서 20번도 넘는 죽음을 목격한다"며 "폭발이 우리 머리 위나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남부 칸 유니스에 있는 임시 난민촌에서 텐트 생활을 하고 있는 알 알렘 할머니는 "나는 1948년의 나크바를 살았고 지금은 2023년의 나크바를 살고 있다"며 "두 번째 것이 더 나쁘다"고 말했다.

당뇨를 앓고 있는 알 알렘 할머니는 식사는 물론이고 약도 챙겨 먹지 못해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10여 일 전 폭격을 피해 집을 떠난 이후 제대로 끼니를 챙기거나 씻지 못했다는 것이다.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화장실이 더러워지면서 화장실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1948∼1949년 나크바 당시 집을 떠나야 했던 팔레스타인 주민은 70만명으로, 이제는 이스라엘이 된 지역에 살고 있던 아랍인의 80%를 차지했다.

당시 많은 이재민은 며칠, 길어야 몇 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알 알렘 할머니처럼 오늘날 가자지구에 사는 사람들 절반 이상은 난민이거나 그들의 직계 후손으로, 다수가 빈곤 속에 살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가자지구 인구의 80% 이상이 빈곤층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이집트·요르단·시리아와 6일 전쟁(제3차 중동전쟁)을 치른 이후부터 2005년 이스라엘군과 정착민을 철수하기까지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올해 35세인 타그리드 에베아드는 젊은 나이에도 부모와 조부모로부터 나크바에 대해 듣고 자라 알 마즈달에 대한 강한 소속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우리는 1948년 가자로 탈출했고, 다시는 이(실향)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하곤 했다"면서, 이스라엘군이 남부로 대피하도록 공고하고 공습을 강화하자 어쩔 수 없이 가자시티의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에베아드의 가족은 피란처인 칸 유니스에 도착한 첫날 맨바닥에서 잠을 청했고 1주일 뒤에는 아들이 병이 나는 등 온갖 고생을 하고 있다.에베아드는 이제야 선대에서 왜 고향 알 마즈달을 떠나야 했는지 완전히 이해하게 됐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이걸 현재 보고 겪고 있기에 (나크바는) 역사 속 일이 아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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