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피자 안 먹는다더니…평일에도 '오픈런'하는 이 곳

피자업계 잇단 가격 인상에
주요 업체 역성장

치즈 등 재료값·배달비 오르고
소비자는 저가·냉동피자 선호
서울 시내 한 피자가게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 부천에 위치한 피자몰 매장은 인근에선 흔치 않게 ‘오픈런’(개장 전 줄을 서는 것)을 해야 피자를 맛볼 수 있다.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이 식당은 피자 한 판 가격 9900원(라지 사이즈 기준) 수준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식당으로 통한다. 최근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잇단 가격 인상으로 피자 한 판 가격이 최대 4만원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하면 4분의 1 수준의 값으로 피자를 사먹을 수 있는 셈이다.

인근 지역 주민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11시 개장시간에 맞춰 가지 않으면 대기를 해야 한다", "1990년대 가격으로 피자를 사먹을 수 있다" 등의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이 매장의 인기가 커지면서 이랜드그룹은 연내 서울, 경기 안양·성남 등 수도권에 5개 매장을 추가로 출점할 계획이다.급격한 외식물가 상승, 배달비 인상 여파로 대형 피자 프랜차이즈들이 제대로 된 이익을 내지 못하고 휘청이고 있다. 밀가루·치즈 등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메뉴 가격을 대폭 올리자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은 프랜차이즈 피자 대신 가성비 좋은 저가 피자나 대형마트 냉동피자로 눈을 돌렸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은 지난해 영업손실 2억5600만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청오디피케이는 매출이 7.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59억원에서 11억원으로 93% 급감했다. 피자알볼로를 운영하는 알볼로에프앤씨도 지난해 매출이 422억원으로 10.1% 줄었고 영업손실 12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이들 업체는 그간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여러 차례 인상해 일부 피자 업체의 경우 라지 사이즈 피자 한 판이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4만원을 넘기도 한다. 도미노피자는 작년 1월과 8월 두 차례 1000원 정도 가격을 올렸고, 피자헛·파파존스도 한 차례씩 가격을 올렸다. 미스터피자는 지난해와 올해 2월 두 번의 가격 인상을 하면서 미디움 사이즈 평균 가격이 3만원을 넘어섰고, 라지 사이즈는 4만원에 육박한다.
서울 시내 한 피자가게 모습. 사진=뉴스1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실적은 부진했지만 저가 피자업체들의 매출은 늘었다.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피자몰의 매출액은 2021년 20%, 지난해 7%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4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도 올 1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가장 높은 매출을 내는 부천점 매장은 주말 객수가 지난해 주말 대비 30%가량 늘었다. 피자몰은 1994년부터 지금까지 30년째 주요 클래식 피자를 9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냉동피자 시장도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다. 리서치기관 칸타의 '2022년 3월 기준 국내 냉동피자 시장 자료'에 따르면 국내 냉동피자 시장 연간 규모는 1267억원으로 2년 전 같은 기간 966억원 대비 31.1% 신장했다. 오뚜기가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CJ제일제당이 24.4%로 뒤를 이었다. 오뚜기 피자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기준 1억 개를 돌파했다. 해동 과정을 거치더라도 전문점 수준의 맛을 낸다는 점과 고물가 시대 ‘가성비’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 1인 가구의 급증 등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대체 외식 메뉴가 많고 취향이 다변홛되면서 피자를 안먹는다고들 하지만 결국 ‘비싸서 못먹는 것’이라고 분석한다”라며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와는 대조적으로 저가 피자업체의 이익이 우상향하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