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 투자 몰렸던 제주·속초, 미분양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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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하우스' 붐 꺼지자 울상한때 ‘세컨드하우스’ 열풍으로 호황을 누렸던 제주와 강원 속초 부동산 시장이 올해 들어선 미분양이 쌓이며 위축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집값 상승 등의 여파로 외지인의 투자 수요가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분양가 급등과 기존 아파트값 반등으로 대구 울산 등 지방 주요 도시에서 미계약 물량이 감소하는 것과 반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속초, 미분양 711가구로 급증
제주, 올 분양 모조리 미달사태
고금리 지속·집값 상승 등 영향
대구·대전 등은 미분양 감소
○제주, 올해 분양 모조리 ‘미달’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속초의 미분양 물량은 지난 7월 165가구에서 8월 711가구로 불어났다. 2020년 4월(730가구) 후 최대치를 찍었다. 1월(168가구)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543가구 늘며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오름폭이 가장 컸다. 1월 967가구에서 8월 1444가구로 477가구 증가한 제주시가 2위를 기록했다. 전남 광양(424가구)과 경남 김해(144가구) 등도 미분양이 크게 늘어난 지역이다.올해 제주의 분양 성적은 저조하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공급된 8개 단지 모두 청약 미달 사태를 빚었다. 이달 분양한 ‘화북세원멤버스’(총 53가구)는 1순위 청약에서 53가구 모집에 단 11명이 몰렸다. 2021년 ‘e편한세상 연동 센트럴파크 1단지’가 20.8 대 1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을 보이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지역 부동산 시장이 아직 살아나지 않은 가운데 분양가는 너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국 아파트값이 올 7월 상승 전환해 15주 연속 뜀박질하고 있지만, 제주 집값은 작년 8월부터 1년2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외지인의 발걸음이 끊긴 영향이 적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누적 외지인의 제주 아파트 거래량은 2021년 447건에서 작년 238건, 올해 126건으로 매년 50%가량 줄어들고 있다. 전체 거래량도 2021년 2522건에서 지난해 1625건, 올해 1005건으로 감소세다. 최근 공급되는 제주 아파트의 전용 84㎡ 가격은 11억원대로 서울과 맞먹는 수준이다.
○대구·울산 등은 미분양 감소
지난 7월 분양한 ‘힐스테이트 속초’(925가구)도 2.6 대 1이라는 저조한 1순위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2020년엔 ‘속초 롯데캐슬 인더스카이’가 평균 12.4 대 1의 경쟁률로 전 타입 1순위에서 마감했었다. 다만 제주보다 사정은 낫다는 평가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5억원대로 제주의 절반 수준인데, 서울 접근성은 더 좋다. 이에 따라 속초 아파트값은 이달 첫째주부터 4주 연속 상승하는 등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취득세 등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가 크게 올라 세컨드하우스 수요가 과거보다 위축됐다”면서도 “오션뷰(바다 조망)를 갖춘 아파트는 여전히 인기가 있는 등 개별 단지의 입지와 가격 등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동해와 붙어 있는 강릉의 ‘강릉 오션시티 아이파크’(17.4 대 1)와 ‘강릉 자이르네 디오션’(12.9 대 1)은 속초와 비슷한 가격에도 이달 1순위 청약에서 10 대 1을 웃돌았다.
전국적으론 미분양 물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올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1811가구로, 2월(7만5438가구)부터 매월 감소하고 있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1월 1만2257가구에서 8월 7676가구로 3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구(1만3565가구→1만779가구), 대전(3025가구→1177가구), 울산(4253가구→3069가구), 천안(3916가구→2032가구), 포항(5933가구→4620가구) 등도 큰 낙폭을 보였다. 자재 가격과 금융비 상승 등의 여파로 분양가가 오르면서 미분양 물량의 가격 경쟁력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지방도 집값이 상승세로 접어든 영향이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