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은 중동서 협력 가능할까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Walter Russell Mead WSJ 칼럼니스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동 정책이 실패했는지를 곱씹으며, 이란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이 지역에 더 많은 군사력을 배치하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왕이 중국 외교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다.

왕 장관의 원래 방미 목적은 다음달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을 조율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미국은 최근 중동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국이 협력하길 바라고 있어 관련 논의도 오고갈 전망이다.

중동에서는 양국 이해관계 비슷

무리한 발상은 아니다. 중국은 중동산 원유의 주요 소비국이기 때문에 중동 분쟁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을 반길 이유가 거의 없다. 고(高)유가는 부동산 시장 위축 등의 여파를 맞은 중국 경제에 악재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동 문제에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할 역량도 갖추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중동 사태에 있어 미국과 중국은 뜻을 같이하는 듯하다. 자이쥔 중국 정부 중동문제 특사는 중동을 찾아 대화와 휴전, 평화와 해결을 원한다고 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의 발언과 비슷하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관계가 개선되는 징후가 일부 포착되고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존 케리 미 기후변화 특사가 중국을 찾았다. 시 주석도 지난 25일 양국 관계가 중요하다며 세계적인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중동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건 미국의 외교정책에 있어 주요한 변화다. 바이든 행정부의 초기 목표는 중국의 부상이라는 거대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와 이란을 억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미국이 러시아와 이란에 더 집중해야 할 수 있다.미국에 중국은 러시아·이란보다 더 강력한, 잠재적인 반대편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 게 사실이다. 두 나라 모두 경제 안정과 중동 평화를 원한다. 세계 곳곳의 분쟁에 개입·대처해온 경험이 있는 미국과 자국 경제를 우려하는 중국이 협력할 여지가 있다.

中 협조에는 값비싼 대가 따라

다만 미국은 대가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길 원한다.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을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결과 이 지역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상황은 그 전보다 불리해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금까지 반중 정책을 추진해 왔다. 미국은 동맹국들을 규합하고,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을 제한해 왔다. 이 때문에 중국 지도부 사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높지 않다.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는 중국 공산당에 항상 불만스러운 일이었다. 시 주석에게도 바이든 대통령을 곤경에서 구해내는 게 우선순위가 아닐 수 있다. 중국은 내심 미국이 외부 위협과 내부 분열에 시달리며 결국 국제적 영향력을 잃는 걸 원할 것이다.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와 이란을 억제하기 위해 간절히 중국의 도움을 바랄 경우 중국은 더 많은 걸 요구할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이 한 가지다. 미국이 애태울수록 중국의 ‘도움’에 따른 대가는 비싸질 것이다.

이 글은 ‘Can China Help in the Middle East?’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