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과도한 증원에 경영난까지…한전, 채용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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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규모 5년 만에 8분의 1로한국전력의 올해 정규직 신규 채용이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정부 때 과도한 인력 증원으로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든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이 지체되면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상을 위해 한전이 고강도 자구안을 내놔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도 신규 채용 여건도 딱히 나아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막대한 적자로 재무 여력 없어
남부발전 본사 인력 30% 감축
서부발전 등도 경영효율화 검토
○한전 신규채용 뚝
2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전의 정규직 신규 채용은 지난해 482명에서 올해 9월 말 기준 223명으로 줄었다. 한전은 현재까지 올해 추가 채용 계획이 없다. 이 때문에 올해 채용은 이대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과거 한전의 정규직 신규 채용 인원은 △2018년 1780명 △2019년 1772명 △2020년 1547명 △2021년 1047명 등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공기업 인력 증원 방침에 따라 한전의 채용 인력을 대폭 늘렸다. 당시 한 해 가장 많이 뽑은 2018년과 비교하면 한전의 정규직 신규 채용은 5년 만인 올해 8분의 1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한전은 전기요금이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는 못하는 관계로 적자가 쌓이면서 신규 채용을 대규모로 늘릴 형편도 아니다. 한전은 지난해 32조원 넘는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는 3분기에 열 분기 만에 흑자 전환이 유력하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따른 고유가 여파 등으로 4분기엔 또다시 적자 전환이 우려되고 있다. 올해 연간 영업실적도 약 7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여기에 김동철 한전 사장은 전기요금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고강도 구조조정 의지를 밝혔다. 희망퇴직 등 인위적 구조조정이 어려운 공기업 사정을 감안할 때 내년도 신규 채용이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기요금이 언제 오를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원래 올 4분기 전기요금을 지난달 말까지 결정해야 했다. 하지만 국민 부담 등을 이유로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정치권과 관가 안팎에선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전 자회사도 ‘경영 효율화’
한전 자회사도 내년에 신규 채용을 늘리기 어려운 형편이다.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한전의 5개 발전 자회사는 정규직 신규 채용 인원이 지난해 2985명이었지만 올해는 2분기 말 기준 42명에 그쳤다. 하반기 신규채용 공고에 비춰볼 때 올해 남은 기간 5개 발전사의 신규 채용은 300여 명 늘어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한전 자회사도 경영 효율화에 들어갔다. 한국남부발전은 지난 24일 이사회에서 부산에 있는 본사 인력을 30%(120명) 감축하기로 했다. 이들 120명은 지방사업소에 배치되거나 자발적 퇴직에 따른 인력 자연 감소를 감안한 수치다. 남부발전 외에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동발전 등 다른 한전 자회사도 경영 효율화를 검토하고 있다. 그나마 한수원은 현 정부의 원전 수출 강화 방침에 따라 작년에 이어 올해도 430여 명의 정규직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한전 계열사 관계자는 “인위적 인력 감축은 사실상 어려운 만큼 신규 채용 축소 등 자연적 인력 감축을 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