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안 썼다고 '실랑이'…뇌사 빠진 이란 소녀 끝내 사망

이란 소녀 아르미타 가라완드(16)가 지난 1일(현지시간) 테헤란 지하철역에서 열차 밖으로 끌어내려지고 있다. 가라완드는 당시 히잡을 쓰지 않고 지하철에 탑승했다가 다른 여성들에 이끌려 하차한 뒤 역 바닥에 눕혀졌다. 가라완드가 도덕 경찰에 폭행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폐쇄회로TV(CCTV) 전체 영상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이란의 10대 소녀가 현지 순찰대와 실랑이 끝에 의식을 잃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숨졌다. 그가 히잡을 쓰지 않았단 게 실랑이의 발단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현지시간) A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날 이란 소녀 아르미타 가라완드(16)가 "불행하게도 뇌 손상으로 상당 기간 혼수상태에 빠졌었다"며 "그가 몇 분 전에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가라완드는 지난 1일 수도 테헤란 지하철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치료를 받아오다가 지난 22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국내외 인권 단체들은 히잡 착용 의무를 어긴 가라완드가 '도덕경찰'로 불리는 지도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 소속 여성 대원들이 단속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폭력이 가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란 당국은 가라완드가 저혈압 쇼크로 실신해 쓰러지면서 금속 구조물 등에 머리를 부딪혔다며 폭행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가라완드의 부모는 이란 국영 매체와 인터뷰에서 딸이 저혈압 쇼크 등의 이유로 쓰러졌을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인권단체는 가라완드가 히잡을 착용하지 않아 공격을 받았을 수 있고, 이란 당국이 희생자 가족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그들의 입을 막고 있다고 보고 있다.

IRNA 등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가라완드가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친구들과 열차에 올라탔다가 축 늘어진 상태로 실려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핵심 증거인 지하철 내부 CCTV 영상은 공개하지 않아 당국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번 가라완드 사망이 이란의 신정정치에 저항해 여성 히잡 착용 의무를 거부하는 대중의 분노를 재점화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