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人] ㊷ 여치 소리로 '노인 우울감 해소'…원광대 김옥진 교수

여치 사육법 개발로 20명 대상 실험…우울감·불안감↓ 효과 검증
"곤충도 사람처럼 다양한 소리 내…사람·동물·환경은 하나"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

"찌르르, 찌르르르."
뭔가 지저귀는 듯하면서도 우렁찬 소리. 풀숲에서나 들어봄 직한 소리였다.

김옥진 원광대학교 동물보건학과 교수는 29일 이 음원 파일을 들려주고는 '여치 소리'라며 맑게 웃었다. 그는 여치의 소리로 노인의 우울감을 낮추는 임상 실험을 지난해 마쳤다.

치유 곤충으로 널리 알려진 귀뚜라미가 아니라 여치 소리로 '정서 치유 프로그램'을 짜는 새로운 시도였다.

이번 실험은 귀뚜라미처럼, 여치 사육법이 개발됐기에 가능했다. 기존에는 여름철 자연 채집만으로 실험에 필요한 개체 수를 확보할 수 없었던 애로가 있었다.

사람에 안전하고 친숙하다는 점도 귀뚜라미 대체제로 훌륭했다.

조선과 만주의 동물을 기록한 '선만동물통감'에 "조선에서는 여치를 길렀다"고 나와 있을 정도로 여치는 민초들의 삶에 스며든 곤충이다.

김 교수는 여치의 소리가 사람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해 우울감이 있는 65세 이상 노인 20명을 모집했다.

10명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실험집단, 10명은 미참여 통제집단이다.

우선 동물 매개 심리상담사와 여치를 이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주일에 하루씩, 12주 동안 알→애벌레→번데기→성충으로 이어지는 여치의 일생을 소개하고 참가자들 삶의 이야기를 끌어냈다.

다양한 여치 소리를 들려주고 곤충이 어떤 기분일지 맞히기도 했다.

직접 여치 먹이를 주고, 여치의 집을 만들면서 '나는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상상해보고, 여치 모양의 목걸이를 만들어보면서 감정을 표출하도록 유도했다.

조사 결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인은 이전보다 우울감은 23%, 스트레스는 24%, 불안감은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 표현 능력은 18%나 향상됐다.

검사는 보편화된 우울 검사 척도지를 활용했다.

김 교수가 내년까지 수행하는 이 연구는 전북농업기술원이 지원한다.
그는 "소리 곤충인 여치 또한 귀뚜라미처럼 사람의 정서를 치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검증한 것"이라며 "소리 곤충의 활용 영역을 앞으로 점차 넓어질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 연구의 최종 목표는 체험 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에게 소리 곤충 치유 프로그램의 매뉴얼을 제공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밖에 여치로 하고픈 연구가 많다.

곤충도 사람처럼 다양한 소리를 내는데,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어떤 음이 사람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지 밝혀내려 한다.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이른바 힐링 음악이라고 하는 자연의 소리는 대부분 과학적으로 정서 안정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울러 원광대 동물매개학과, 자신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한국동물매개심리치료학회가 인간과 동물의 상호관계를 연구하는 하나의 중심이 됐으면 한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는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위한 휴먼 애니멀 본드(Human Animal Bond)를 연구하는 기관이 많지 않고, 연구비가 적어 어려움이 있다"며 "사람과 동물, 환경이 하나라는 '원헬스(One Health)' 개념이 점차 확장하는데, 이 관계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이점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