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만 25세에 결혼을 결심한 이유
입력
수정
지면A33
조윤서 콘텐츠 크리에이터입사 이후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바빴다. 평일에는 신입사원으로, 주말에는 예비 신부로, 새로운 두 개의 직책을 맡았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 때는 대학을 졸업하고 20대 중반에 결혼하는 게 ‘국룰’이었다. 요새는 20대 후반에 결혼해도 ‘아기 신부’ 취급을 받을 수 있다. 결혼 자체가 개인의 선택이 됐다. 그럼에도 나는 만 25세에 결혼식장을 계약했다. 아직 소수의 친구에게만 ‘결밍아웃(결혼+커밍아웃)’을 했는데, 친구들의 반응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몇 분간 할 말을 잃는 친구, 입이 떡 벌어진 친구, 물론 그럴 줄 알았다며 축하해 준 친구도 있었다.
“그래서 대체 왜 결혼하기로 결정한 건데?” 자주 듣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은 “시간·비용적으로 효율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커플마다 연애하며 중요시하는 가치는 다양할 것이다. 나와 남자친구는 ‘물리적으로 함께하는 것’을 매우 높은 가치로 여겨 근 1년간 평균 주 3~4회 정도 만나왔다. 만날 때마다 ‘1 외식, 1 카페’가 기본 코스다. 밥 먹고 카페 가는 흔한 만남이지만, 빈도가 높으니 비용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만남의 끝에는 항상 아쉬움이 가득해 “같이 사는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 같이 살면 초기 셋업 비용은 많이 들겠지만, 주 3~4회 외부 데이트가 아닌 매일의 집 데이트를 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이득 아닌가!회사 내 젊은 기혼자 선배들의 조언도 나의 주장에 힘을 더했다. “돈을 모아야 결혼한다”고들 하는데 많은 선배가 “결혼해야 돈이 잘 모인다”며 ‘결테크(결혼+제테크)’를 추천했다. 결혼을 준비한 지 반년이 넘어가는데, 이 말의 참뜻을 깨닫고 있다. 커플 공동의 목표(결혼+동거)가 생기니 미래지향적으로 소비·저축하게 된다. 입사 후 바로 결혼 준비에 돌입한 나로서는 ‘모으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통장에 쌓여가는 잔액을 보며 “이 돈으로 신혼여행 비행기표 사야지”란 행복한 꿈을 꾸는 게 당장의 소비보다 큰 가치다. 최근에는 인생 첫 성과급을 받아 목돈이 생겼는데, 신혼집 계약금에 보탤 생각에 보람차다.
결혼 준비 과정 동안 서로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경제적 가치관, 소비 습관, 자산 현황은 물론이고 가족, 중장기 인생 계획까지, 연애 중이라면 서로 눈치 보면서 상대방을 떠볼 만한 주제들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게 된다. “이 사람과 잘 맞을 것 같다”는 예감을 확신으로 바꿀 기회이자, 잘 맞지 않는다면 빠르게 마무리할 찬스다. 앞으로 같이 인생을 살면서 알고 싶지 않던 것까지 알게 될 것이다. 이 사람과 함께하면 그 과정이 힘든 역경이 아닌, 흥미로운 모험으로 느껴질 것을 알기에 결혼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