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증' 중고폰, 최대 반값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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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뉴드폰' 국내 출시 추진삼성전자가 미국 프랑스에 이어 국내에도 ‘리뉴드(re-newed)폰’을 출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리뉴드폰은 삼성전자가 품질을 공식 인증하고 직접 판매하는 중고 스마트폰이다. 소비자는 ‘새것 같은’ 중고폰을 신제품 대비 15%에서 최대 50%까지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중고폰 가격 급락을 방어하고 ‘갤럭시’ 브랜드 가치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 디스플레이·배터리 적용
삼성이 품질 보증하는 중고폰
갤럭시 '브랜드 가치' 방어 기대
애플도 '인증 중고거래' 지원
성능 1년 보증하고 가격 제시
삼성전자 중고폰 직접 판매
29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리뉴드폰 출시를 공식화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강봉구 삼성전자 한국총괄(부사장)은 “리뉴드폰을 국내에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리뉴드폰은 삼성전자가 품질을 공식 인증하는 중고폰이다. 새 디스플레이·배터리를 장착하고 새 제품처럼 포장한 뒤 판매하는 게 특징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스마트폰 시장 가격 안정화와 중고폰 거래 시장의 투명화를 위해 리뉴드폰의 국내 출시를 제안했고 강 부사장이 필요성을 인정했다. 리뉴드폰 출시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국내 중고폰 거래 규모는 연 1000만 대. 금액으로는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SK그룹 계열 중고 거래 전문 회사 민팃이나 당근마켓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주로 거래된다. 최근 ‘세컨드 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제품 가격이 200만원대로 올라가면서 실속을 찾는 소비자들이 중고폰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사설 중고 판매 업체가 늘고 중고품 거래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문제가 하나둘씩 불거진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공식 플랫폼이 없다 보니 제품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적정 시세를 확인할 수 없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돼 왔다.
삼성전자에선 ‘브랜드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프리미엄 갤럭시 스마트폰의 중고 가격이 애플 아이폰 등 경쟁 제품 대비 저렴하게 거래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선 삼성닷컴을 통해 ‘인증 중고폰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애플도 중고 아이폰 30% 낮춰 팔아
삼성전자는 미국 삼성닷컴을 통해 △100% 삼성 인증 부품 △1년 보증 △새 배터리·디스플레이 △새 포장 상자 등을 앞세워 갤럭시S22와 S21 시리즈 인증 중고폰을 판매 중이다. 가격은 새 제품보다 15~30% 낮다. 간혹 이벤트를 통해 50% 가까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도 한다. 예컨대 갤럭시S22 울트라(팬텀블랙 128GB)는 정가가 1199달러인 제품을 특별 할인 이벤트를 통해 48.3% 할인된 619달러에 살 수 있다.경쟁사 애플 역시 인증 중고 거래에 적극적이다. 애플은 ‘인증 리퍼비시’ 제도를 통해 중고 제품 성능을 1년간 보증하고 가격을 직접 제시한다. 예컨대 현재 애플 한국 홈페이지엔 맥(노트북), 아이패드(태블릿) 등이 새 제품 대비 10% 정도 저렴한 가격에 올라와 있다. 애플은 미국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폰12 시리즈를 약 30% 할인한 가격에 판매 중이다.삼성전자가 리뉴드폰 사업을 시작하면 중고 거래 투명화, 스마트폰 가격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중고폰 양품을 팔며 가격을 방어해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