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에 맞서다]㉕ 3만명 저지선도 뚫린 단양, '관광형 생활인구' 승부수

천혜의 자연경관 연계한 체류형 시설 증설…관광 가치 높여 소멸 위기 극복
"관광객 증가·일자리 창출, 일석이조"…외지 청년들도 정착, 청년협동조합도
김문근 단양군수 "관광객 2천만명, 생활인구 5만명 목표 달성할 것"

[※ 편집자 주 = 2010년대 중반 지역소멸론이 제기된 당시 79개이던 '소멸 위험' 지역은 올해 118곳으로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을 넘습니다.

이제 그 그림자는 대도시까지 드리우고 있습니다.

모두가 암울한 현실만을 얘기하는 이때 온 힘으로 저출산과 초고령화에 맞서는 지자체들이 있습니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인구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그곳, '지방소멸에 맞서는' 그곳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그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해 매주 월요일 1편씩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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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90m 남한강 절벽 위. 충북 단양군의 랜드마크이자 소백산과 어우러진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만천하스카이워크가 웅장함을 뽐낸다.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이곳 전망대는 아이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가족부터 연인, 단체 관광객 등으로 북적였다.

입장객들은 나선형의 보행로를 따라 펼쳐지는 천혜의 비경을 감상하며 연신 감탄을 연발했다. 전망대 정상에 올라서자 남한강 물줄기를 투명하게 비추는 유리 바닥이 입장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대학 동창들과 여행을 왔다는 천안시민 김건수(69)씨는 "밭 밑으로 흐르는 강을 보니 마치 하늘을 걷는 듯한 기분"이라며 "군 전체가 지질공원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다음에는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 올 것"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 충북 인구 꼴찌 단양…체류형 관광콘텐츠 개발로 반전 모색
전체 면적 중 80% 이상이 산악지대인 단양은 뛰어난 자연경관으로 사시사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다.

연간 1천만명의 관광객을 자랑하는 충북 대표 관광지지만 이면에는 인구 소멸 위험이 가장 큰 지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단양 인구는 시멘트 산업이 활발했던 1969년(9만3천948명) 정점을 찍은 뒤 산업 쇠퇴와 충주댐 건설에 따른 수몰 이주 등으로 줄곧 감소했다.

2019년에는 도내 최초로 인구 3만명 저지선이 붕괴됐으며 올해(2만7천747명)도 3만명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군은 임신·출산 지원금, 다자녀 가구 전입 장려금, 청년 부부 정착금 등 지속해서 인구 증가 시책을 펼쳤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인구 절벽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군이 모색한 해법은 '생활인구'를 늘려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 인구를 넘어 통근, 통학, 관광 등의 목적으로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군에 머무르는 사람까지 인구로 보는 개념이다.

특히 군은 관광형 생활인구 유치에 집중했는데 만천하스카이워크 집라인, 국내 최대 민물고기 생태관 '다누리아쿠아리움' 등 관광자원과 연계한 다양한 시설을 증설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보강했다.
그 결과 연간 700만명 안팎이었던 관광객 수는 만천하스카이워크가 개장한 2017년 1천만명을 돌파했고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까지 그 수준을 유지했다.

관광 수입은 2017년 56억여원, 2018년 78억여원, 2019년 88억여원으로 증가하더니 코로나19 여파가 잦아든 지난해 97억여원의 수익을 올렸다.

천순화 군 관광기획팀장은 "스쳐 지나가는 지역이 아닌 오래 머물며 구석구석을 다닐 수 있는 체류형 관광지로 변모하고 싶었다"며 "다행히 좋은 성과를 거둬 관광객 증가는 물론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관광지와 체험시설에서 군민과 동일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디지털 관광주민증' 제도를 도입해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 5월 말 시작한 지 4개월여 만에 발급자 수가 주민등록인구의 90%에 달할 정도로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안주하지 않고 변화 꾀한 전통시장…고향 떠난 자녀 세대 돌아와
이 같은 변화는 얼어붙은 지역 상권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단양 구경시장은 1770년 조선시대에 편찬된 동국문헌비고(일종의 백과사전)에 소개될 만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하지만 유구한 역사도 인구 소멸 위기 앞에선 무용했다.

여느 평범한 전통시장과 같이 청과물, 수산물 등 1차 식품을 팔았던 터라 인구가 감소하면서 쇠락을 면치 못했다.

그렇게 빈 점포가 증가하던 중 군의 관광 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시장 상인들은 전통시장 현대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고, 2010년 정부의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시설을 개선하고 마늘 닭강정·만두 등 먹거리를 개발하며 변화를 꾀했다.

안명환 구경시장 상인회장은 "시장이 주요 관광시설과 가까워 유동 인구가 많았지만, 특색 없이는 금방 도태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듯 지역 특산물인 육쪽마늘로 먹거리를 만들어 관광객이 두세 번 찾아오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사업을 접고 다른 업종으로 변경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시장을 살리고 싶은 상인들의 마음이 컸다"고 "다행히 단양역 KTX가 개통되고 관광콘텐츠 개발도 활발히 진행돼 방문객이 끊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구경시장은 주말 하루 평균 5만명 이상이 찾아오고, 120개 점포가 100%의 입점률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 권리금도 수천만 원에 달할 정도로 활황이다.

시장 활성화는 세대교체라는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오기도 했다.

서울에서 육가공품 납품 사업을 하던 김종근(54)씨는 구경시장에서 마늘 순대를 팔던 어머니로부터 가게를 물려받으라는 권유를 받았다.

당시 군이 관광 관련 시책을 활발히 추진했던 때라 김씨는 블루오션이라고 판단해 도시 생활을 과감히 접고 시장에서 마늘 떡갈비 점포를 차렸다.

김씨는 "어머니 가게는 여동생이 물려받아 운영 중이고 저는 사업 경험을 살려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했다"며 "장사가 잘될까 걱정했지만, 어느덧 가게를 시작한 지 8년이 지났다.

이제는 20대 아들이 타지에서 내려와 일을 배우고 있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 단양 매력에 빠진 외지 청년…협동조합도 생겨
경기도 수원 토박이인 임재연(30)씨는 기차여행을 하다가 자연경관에 매료돼 2019년 연고도 없는 군에서 친동생과 함께 브런치 식당을 열었다.

부산이나 제주도 같이 크게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을 거라고 임씨는 생각했다.

그는 "단양에 샐러드, 샌드위치와 같은 브런치 메뉴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식당이 없어 반응이 좋았다"며 "처음엔 관광객 손님이 대다수였는데 이제는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아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저렴한 임대료와 지자체 청년지원사업도 가게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임씨는 "23평짜리 가게 임대료가 한 달에 50만원이었는데 자본금이 없는 청년 입장에선 큰 장점"이라며 "코로나19 여파로 이용객이 줄어 월세를 마련하지 못했을 때도 군 청년 창업지원금 덕분에 충당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임씨 가게는 근처에 그를 따라 창업하는 가게가 하나둘 생길 정도로 번창했고 타지에 사는 부모님까지 이사 오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임씨 외에도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외지 청년들이 점차 늘어나자 지난해 말 이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는 청년 협동조합이 탄생했다.

뜻이 맞는 청년 창업가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단양 청년문화협동조합은 집단지성을 발휘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거나 예비 청년 창업가에게 컨설팅해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 '예쁘면 단양'이라는 제과점을 열어 지역 홍보와 청년 일자리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협동조합 대표 이승준(38)씨는 "아무래도 농촌은 도시에 비해 창업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지역 대학생이나 젊은 창업가들이 꿈을 마음껏 펼치기엔 한계가 있다"며 "이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시장을 조성하고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공동체가 되고 싶었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단양군은 앞으로도 다채로운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지역 발전을 지속해서 도모할 계획이다.

수몰민의 아픈 이야기를 담은 시루섬 생태공원 조성을 비롯해 패러글라이딩, 수상레저 등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레저파크를 만들 방침이다.

더불어 지역의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휴식을 취하며 일할 수 있는 워케이션 사업과 야간 관광 상품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김문근 단양군수는 "군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관광객 2천만명, 생활인구 5만명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관광객 증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원주민들의 불편함도 주차장 확대 건립 등을 통해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