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팔레스타인 총리 "포괄적 합의 없이 가자 통치 않을 것"

"서안 위한 정치해법 필요…'두국가 해법' 틀에서 가자-서안 연결해야"
"미국·유럽 다시 리더십 보일 때…부분적 아닌 포괄적 해법 내놔야"
무함마드 쉬타예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총리는 2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영토에 요르단강 서안을 포함하는 포괄적 합의 없이는 가자지구를 통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쉬타예흐 총리는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에 실린 인터뷰에서 "서안을 위한 정치적 해법 없이 팔레스타인 당국으로 하여금 가자에 가서 업무를 보게 한다는 건 마치 팔레스타인 당국을 F-16이나 이스라엘 탱크에 태우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 중 누구도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포괄적, 평화적 비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서안은 해법을 필요로 하며 '두 국가 해법'의 틀 속에서 가자지구를 그것에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A는 2006년 총선에서 참패한 뒤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구에서 축출되면서 통치영역이 요르단강 서안으로 제한돼 왔다.

이스라엘에서는 자국을 기습공격해 1천400여명을 살해한 하마스를 말살한 뒤 가자지구 통치권을 PA에 넘기는 방안이 거론돼 왔다.이와 관련해 요르단강 서안의 지위 역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게 PA의 입장으로 보인다.

이미 PA는 아랍연맹에 내달 10일 긴급 정상회담을 소집할 것을 요구했다.

29일에는 아랍국가인 바레인이 요르단강 서안에 외교장관을 파견하기도 했다.쉬타예흐 총리는 "우리는 모로코, 바레인과 대화 중이며 아랍에미리트(UAE)와도 대화할 준비가 됐다.

우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와도 훌륭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을 위한 정치적 해법 없이는 평화도 없다는 인식이 중동의 아랍 국가들 사이에 확산하고 있다면서 "솔직히 아랍인들은 우리에게 신물이 나 있다.

우리가 골칫거리인 까닭에 그들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해법이 나오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쉬타예흐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수십년래 중동 평화 이니셔티브를 내놓지 않은 첫 미국 대통령이란 점을 언급하면서 항구적 평화 합의를 위해선 미국이 리더십을 보여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쉬타예흐 총리는 "그(바이든)는 평화 특사조차 임명하지 않았고 결코 달성된 적이 없었던 것들을 약속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착촌에 반대한다면서도 이스라엘에 계속 자금을 댔고 '두 국가'를 지지한다면서도 이스라엘이 이를 파괴하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지금이야말로 미 대통령과 유럽이 다시 리더십을 보여 '미래를 위해 부분적 해법이 아닌 포괄적 해법을 준비 중'이라고 말할 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포괄적 해법에는 가자지구와 동예루살렘을 비롯한 요르단강 서안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선거를 치르는 방안이 포함돼야 하며 극우 정책으로 일관해 팔레스타인과의 관계를 파탄으로 몰아넣은 베냐민 네탸나후 이스라엘 총리의 퇴진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당장 시급한 것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폭격과 요르단강 서안에서의 폭력을 중단시키는 것이라고 쉬타예흐 총리는 말했다.

이달 7일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하고 이스라엘군이 보복전에 나선 이후 가자지구에선 8천명 이상이 숨졌고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최소 11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이에 요르단강 서안에선 PA가 이스라엘군으로부터 팔레스타인 주민을 지키지 못한다는 불만이 고조돼 왔으나 PA는 결코 '비폭력' 노선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쉬타예흐 총리는 강조했다.

그는 "(아바스 수반이) '좋다.

팔레스타인 보안군에게 이스라엘인을 쏘라고 명령한다'고 말하면 그는 1분만에 인기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현실적인 사람이다"라고 말했다.다만 팔레스타인 주민들 사이에서 분노가 빠르게 고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PA는 폭력적이고 냉담한 이스라엘 정부와 분노한 대중 사이에 끼인 신세라고 쉬타예흐 총리는 토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