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머치 감성’의 음악영화... 이와이 슌지의 ‘키리에의 노래’
입력
수정
목소리를 잃어버린 여자. 하지만 도쿄 밤거리에서 홀로 노래를 부를 때 그 목소리는 활짝 트인다. 싱어송라이터인 키리에(아이나 디 엔드)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옛 친구 잇코(히로세 스즈)는 그 비밀을 쥐고 있다. 두 사람의 방황은 과거의 상처를 더듬기 시작한다.
11월 1일 개봉하는 ‘키리에의 노래’는 음악으로 꽉 찬 영화다. ‘러브레터’(1999)의 이와이 슌지 감독은 여기에 더 많은 것들을 쏟아부었다. 감성적인 스토리와 고운 비주얼. 마지막 눈물을 위한 아련한 사연까지.중심엔 두 여자의 우정이 있다. 잇코는 키리에를 유명 뮤지션으로 키우겠다며 이리저리 데리고 다닌다. 이 남자 저 남자의 집을 떠돌며, 매일 색색의 가발을 바꿔쓰는 잇코 또한 수상하다. 과거를 공유한 남자 나츠히코(마츠무라 호쿠토)가 등장하면서 이들의 비밀이 풀려나간다.
‘러브레터’가 첫사랑을 둘러싼 강력한 미스터리로 출발했듯이, ‘키리에의 노래’ 또한 수수께끼로 채워져있다. 그 해결 과정은 중반까지도 모호하고 느슨하다. 키리에가 부르는 노래 한줄 한줄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
실제 싱어송라이터인 아이나 디 엔드의 거친 목소리는 매력적이다. 일본에서 2015년 결성된 얼터너티브 아이돌 밴드 ‘BiSH’ 출신으로, 이번 영화는 그의 첫 실사영화 도전이다. 키리에 만의 ‘기교 없는 창법’을 고민했다는 그는 영화 속 노래의 작곡에도 참여했다.잇코 역의 히로세 스즈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에서 청순한 막내였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좀더 복잡하고 뒤틀린 내면을 숨기고 있다.
키리에는 길거리와 스튜디오에서 여러 뮤지션들과 함께 하며 목소리를 키워간다. 다양한 공간을 가로지르며 이어지는 음악들은 섬세하게 편집돼있다. 감성적인 가사들이 촘촘이 이어지며 메시지를 더한다. 하지만 때때로 이 노래들이 길고 장황한 느낌을 준다. 노래 각각의 색깔과 개성을 중시하는 관객이라면 더욱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긴 후렴구 끝에 슬픈 비밀이 드러난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화해와 위로의 순간이 있다. 하지만 중후반부 스토리의 전개는 다소 혼란스럽고 산만하다. 이 때문인지 마지막 키리에의 목소리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기엔 부족한 느낌을 준다.키리에를 돕는 인물들은 선하고 따뜻하지만, 삶에 깊이 끼어들지는 않는다. 구질구질하게 끼어들 바엔 거리를 두며 스치거나 관조한다. 그런 가벼움이 오늘날 우리가 원하는 위로의 덕목일 지도 모르겠다.
영상은 역시 아름답다. ‘하나와 앨리스’(2004)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5) 등 이와이 슌지의 작품들은 늘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기억되곤 했다. ‘키리에의 노래’에선 옛 동네의 정감어린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로케이션 장소인 미야기현 센다이시는 감독의 고향이기도 하다.
오프닝을 장식한 홋카이도 눈밭은 ‘러브레터’의 일명 ‘오겡끼데스까(잘 지내시나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 영화가 24년 전이다. 아름답고 섬세한 ‘감성 영화’를 즐기던 관객들도, 감독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 젊고 신선한 얼굴들이 가득한 ‘키리에의 노래’를 보면서 이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김유미 객원기자
11월 1일 개봉하는 ‘키리에의 노래’는 음악으로 꽉 찬 영화다. ‘러브레터’(1999)의 이와이 슌지 감독은 여기에 더 많은 것들을 쏟아부었다. 감성적인 스토리와 고운 비주얼. 마지막 눈물을 위한 아련한 사연까지.중심엔 두 여자의 우정이 있다. 잇코는 키리에를 유명 뮤지션으로 키우겠다며 이리저리 데리고 다닌다. 이 남자 저 남자의 집을 떠돌며, 매일 색색의 가발을 바꿔쓰는 잇코 또한 수상하다. 과거를 공유한 남자 나츠히코(마츠무라 호쿠토)가 등장하면서 이들의 비밀이 풀려나간다.
‘러브레터’가 첫사랑을 둘러싼 강력한 미스터리로 출발했듯이, ‘키리에의 노래’ 또한 수수께끼로 채워져있다. 그 해결 과정은 중반까지도 모호하고 느슨하다. 키리에가 부르는 노래 한줄 한줄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
실제 싱어송라이터인 아이나 디 엔드의 거친 목소리는 매력적이다. 일본에서 2015년 결성된 얼터너티브 아이돌 밴드 ‘BiSH’ 출신으로, 이번 영화는 그의 첫 실사영화 도전이다. 키리에 만의 ‘기교 없는 창법’을 고민했다는 그는 영화 속 노래의 작곡에도 참여했다.잇코 역의 히로세 스즈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에서 청순한 막내였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좀더 복잡하고 뒤틀린 내면을 숨기고 있다.
키리에는 길거리와 스튜디오에서 여러 뮤지션들과 함께 하며 목소리를 키워간다. 다양한 공간을 가로지르며 이어지는 음악들은 섬세하게 편집돼있다. 감성적인 가사들이 촘촘이 이어지며 메시지를 더한다. 하지만 때때로 이 노래들이 길고 장황한 느낌을 준다. 노래 각각의 색깔과 개성을 중시하는 관객이라면 더욱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
긴 후렴구 끝에 슬픈 비밀이 드러난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화해와 위로의 순간이 있다. 하지만 중후반부 스토리의 전개는 다소 혼란스럽고 산만하다. 이 때문인지 마지막 키리에의 목소리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기엔 부족한 느낌을 준다.키리에를 돕는 인물들은 선하고 따뜻하지만, 삶에 깊이 끼어들지는 않는다. 구질구질하게 끼어들 바엔 거리를 두며 스치거나 관조한다. 그런 가벼움이 오늘날 우리가 원하는 위로의 덕목일 지도 모르겠다.
영상은 역시 아름답다. ‘하나와 앨리스’(2004)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5) 등 이와이 슌지의 작품들은 늘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기억되곤 했다. ‘키리에의 노래’에선 옛 동네의 정감어린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로케이션 장소인 미야기현 센다이시는 감독의 고향이기도 하다.
오프닝을 장식한 홋카이도 눈밭은 ‘러브레터’의 일명 ‘오겡끼데스까(잘 지내시나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 영화가 24년 전이다. 아름답고 섬세한 ‘감성 영화’를 즐기던 관객들도, 감독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 젊고 신선한 얼굴들이 가득한 ‘키리에의 노래’를 보면서 이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김유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