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 '오줌 맥주' 파문에…'최악 위기' 맞은 한국 회사 [하헌형의 드라이브스루]

사진=연합뉴스
중국 칭다오 맥주를 수입하는 비어케이가 2000년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비어케이는 매출 대부분을 칭다오(라오샨 맥주 포함) 판매에 의존하는 맥주 수입사다. 최근 일본산 맥주의 수입 급증으로 칭다오의 수입 맥주 시장점유율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변 맥주’ 파문까지 터지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는 게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맥주 공장에서 남성 직원이 맥주 원료에 소변을 보는 듯한 영상이 퍼진 이후 칭다오의 국내 편의점 매출은 최대 40% 넘게 급감했다. 21~26일 A편의점의 칭다오 매출은 전주 대비 41.3% 감소했고, B편의점에서도 30.6% 줄었다. 수년째 편의점에서 수입 맥주 ‘빅 3’ 지위를 유지해 온 칭다오의 매출 순위는 이 기간 7위로 내려앉았다.칭다오는 2015년 ‘양꼬치엔 칭다오’라는 광고가 화제가 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2018년 일본 아사히 맥주에 이어 수입 맥주 점유율(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소매점 매출 통계) 2위를 기록했고, 2019년 일본산 불매 운동이 시작되면서 일본 맥주를 제쳤다. 네덜란드산 하이네켄에 밀려 작년까지 수입 맥주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가 올해 상반기 다시 수입 맥주 1위가 됐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지난 7월 출시된 ‘아사히 수퍼 드라이 생맥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지난달 칭다오의 소매점 매출은 125억원으로, 아사히(340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 여파로 20년 넘게 칭다오 한 우물만 파다시피 한 비어케이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한때 독일 밀맥주 에딩거, 덴마크산 칼스버그 등을 잠시 수입하기도 했던 비어케이는 현재 칭다오만 수입 판매 중이다.가뜩이나 비어케이의 영업이익은 2018년 236억원을 정점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산 수제 맥주와 위스키 등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최근 몇 년 새 수입 맥주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었다”고 했다.

작년에는 2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감사보고서를 내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회사 측은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을 실적 악화의 주 원인으로 꼽았지만, 업계에선 “점유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비어케이의 광고선전비는 2021년 130억원에서 지난해 181억원으로 40% 가까이 급증했다.

비어케이는 방송인 신동엽에 이어 걸 그룹 소녀시대 태연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수입 맥주 1위 탈환은 물론 적자 탈출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