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슬라이스 전술' 단계적 점령…지상전 장기화하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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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 경계 바로 밑 부레이즈에 임시 거점 구축 '포위 작전'…"수개월서 1년"
가자지구 남북 양분 위한 포석 가능성…하마스, 가자시티에 고립될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궤멸을 위해 가자지구 침공을 준비해 온 이스라엘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단기전으로 이번 전쟁을 끝내는 걸 사실상 접은 모양새다. 전면 공세로는 인명피해만 커질 뿐 하마스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판단에 가자지구의 주요 거점을 하나하나 장악하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현지시간으로 27일부터 가자지구를 겨냥한 지상작전을 본격화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이 '두번째 단계'에 들어섰다면서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9년전 가자 지상군 투입 땐 단기결전 시도했다 '실패'
이스라엘군은 제3차 가자전쟁으로 불리는 2014년 하마스와의 전면전에서도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한 적이 있다.
당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뿌리를 뽑겠다며 예비군 4만8천명을 포함 6만명이 넘는 병력을 동원했으나 결과적으로는 하마스의 입지만 키워주는 결과를 낳았다.
민간인 사망이란 '부수적 피해'를 무시한 공세로 2천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목숨을 잃으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크게 악화한 결과다. 수비측인 하마스가 유리한 시가전이 강제되는 가자지구의 전장 환경 탓에 이스라엘군도 67명이 전사하고 수백명이 다치는 비교적 큰 피해를 봤다.
단기간에 전쟁이 끝날 것이란 예상과 달리 50일이 넘게 이어지면서 경제적 손실도 심각했다.
이달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도 당시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여왔다. 개전 초까지만 해도 이스라엘 민간인과 외국인을 무차별 살상한 하마스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지만,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하면서 여론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스라엘은 9년전과 마찬가지로 단기 결전으로 가자지구를 점령할 듯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당시보다 훨씬 많은 36만명의 예비군을 동원, 일거에 들이쳐 하마스를 격멸할 태세를 갖췄던 것이다.
그러나, 총연장 500㎞에 이르는 땅굴 네트워크에 의존해 농성 중인 하마스 무장대원들을 상대로 시가전을 벌인다면 투입하는 병력을 늘려도 승패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경고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 '안전지대 경계' 부레이즈에 거점 구축도…가자지구 분단 시도 포석
논란 끝에 이스라엘 정부는 결국 전면 침공 대신 장기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와의 경계에 운집한 수십만명의 병력을 일거에 밀어넣을 것이란 관측과 달리 현재까지 이스라엘군이 감행한 공격의 규모도 그렇게 크지 않은 편이다.
다만, 가자지구에 병력을 투입하더라도 '치고 빠지기' 식으로 곧 철수했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가자지구 내부에 주둔을 위한 거점을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7일 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중부 부레이즈에 진입해 임시 거점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무장조직인 알카삼 여단도 부레이즈 등지에서 이스라엘군과 교전 중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는 지중해 연안을 따라 남서쪽으로 북동쪽으로 뻗어있는 길이 41㎞, 폭 10㎞의 좁고 기다란 땅덩이인 까닭에 이스라엘군이 부레이즈에 확고한 거점을 마련하면 가자지구는 사실상 북부와 남부로 양분된다.
이달 9일부터 가자지구에 대한 보복 공습을 벌여 온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를 가로지르는 '와디 가자'(Wadi·평소에는 마른 골짜기이다가 큰비가 내리면 홍수가 돼 물이 흐르는 강) 이남의 안전지대로 피란하라고 권고해 왔다.
부레이즈는 와디 가자 바로 남쪽에 위치해 있다.
실제, 이스라엘군이 와디 가자를 기준으로 가자지구를 남쪽과 북쪽으로 양분한다면 하마스는 가자시티에 고립된 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영향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 ◇ 가자시티에 하마스 가둔 채 '포위전' 벌일까
가자지구에선 현재 전체 인구(230만명)의 60%에 해당하는 140만명이 피란길에 올랐고, 이중 상당수가 와디 가자 이남에 몰려 있다.
이스라엘은 부레이즈를 거점 삼아 가자지구 남쪽과 북쪽 지역간의 통행을 차단한 뒤 남부지역의 피란민들에게 대대적으로 물자를 공급, 민심을 다독이는 한편 하마스가 있는 북부는 철저히 고사시키는 전략을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요새화된 가자시티로 무리하게 병력을 진입시키는 대신 포위전을 벌여 하마스를 약화하려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인구와 각종 시설이 밀집된 대도시의 경우 무력으로 점령하기보다 식량과 연료 등 물자의 공급을 끊어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 것이 더 쉽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하마스는 수백㎞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지하터널과 시설에 대량의 식량과 식수를 비축해 놓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상황이 전개될 경우 일반 주민들까지 먹여살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굶주림을 이기지 못한 주민들이 대거 남쪽으로 탈출하면 이스라엘 입장에선 하마스 공략의 최대 장애물로 여겨졌던 '인간방패' 전술의 무력화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실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은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이 수개월에서 1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 변수는 하마스 땅굴과 국제여론…장기전 따른 경제부담도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를 둘러싼 채 포위전을 벌인다고 해도 하마스를 고사시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자지구 지하에 거미줄처럼 뻗은 하마스의 땅굴 네트워크를 고려할 때 외부에서의 물자 공급을 완전히 차단하기가 쉽지 않고, 가뜩이나 부정적인 국제사회의 여론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커서다.
가족 중 노약자가 있거나 여러 이유로 가자시티를 떠날 수 없는 민간인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식량과 식수, 의약품 등의 반입을 완전히 차단한다면 일반 주민들은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발생해 주변 아랍 국가에 알려진다면 반(反)이스라엘 정서에 재차 불이 붙으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외교적 압박이 가중, 하마스의 숨통이 트이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스라엘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남길 우려도 있다.
이스라엘은 2014년 하마스와 50일에 걸친 전면전을 벌였을 때도 적지 않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6만여명의 예비군을 소집했던 당시에도 그랬는데 무려 36만명의 예비군을 동원해 1년 가까이 전쟁을 치른다면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주변국으로부터의 위협이 잦아들면 예비군 소집을 조기에 해제하고 정규군만으로 작전을 벌임으로써 국가 경제 부담을 완화하려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연합뉴스
가자지구 남북 양분 위한 포석 가능성…하마스, 가자시티에 고립될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궤멸을 위해 가자지구 침공을 준비해 온 이스라엘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단기전으로 이번 전쟁을 끝내는 걸 사실상 접은 모양새다. 전면 공세로는 인명피해만 커질 뿐 하마스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판단에 가자지구의 주요 거점을 하나하나 장악하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현지시간으로 27일부터 가자지구를 겨냥한 지상작전을 본격화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이 '두번째 단계'에 들어섰다면서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9년전 가자 지상군 투입 땐 단기결전 시도했다 '실패'
이스라엘군은 제3차 가자전쟁으로 불리는 2014년 하마스와의 전면전에서도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한 적이 있다.
당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뿌리를 뽑겠다며 예비군 4만8천명을 포함 6만명이 넘는 병력을 동원했으나 결과적으로는 하마스의 입지만 키워주는 결과를 낳았다.
민간인 사망이란 '부수적 피해'를 무시한 공세로 2천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목숨을 잃으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크게 악화한 결과다. 수비측인 하마스가 유리한 시가전이 강제되는 가자지구의 전장 환경 탓에 이스라엘군도 67명이 전사하고 수백명이 다치는 비교적 큰 피해를 봤다.
단기간에 전쟁이 끝날 것이란 예상과 달리 50일이 넘게 이어지면서 경제적 손실도 심각했다.
이달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도 당시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여왔다. 개전 초까지만 해도 이스라엘 민간인과 외국인을 무차별 살상한 하마스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지만,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하면서 여론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스라엘은 9년전과 마찬가지로 단기 결전으로 가자지구를 점령할 듯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당시보다 훨씬 많은 36만명의 예비군을 동원, 일거에 들이쳐 하마스를 격멸할 태세를 갖췄던 것이다.
그러나, 총연장 500㎞에 이르는 땅굴 네트워크에 의존해 농성 중인 하마스 무장대원들을 상대로 시가전을 벌인다면 투입하는 병력을 늘려도 승패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경고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 '안전지대 경계' 부레이즈에 거점 구축도…가자지구 분단 시도 포석
논란 끝에 이스라엘 정부는 결국 전면 침공 대신 장기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와의 경계에 운집한 수십만명의 병력을 일거에 밀어넣을 것이란 관측과 달리 현재까지 이스라엘군이 감행한 공격의 규모도 그렇게 크지 않은 편이다.
다만, 가자지구에 병력을 투입하더라도 '치고 빠지기' 식으로 곧 철수했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가자지구 내부에 주둔을 위한 거점을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7일 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중부 부레이즈에 진입해 임시 거점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무장조직인 알카삼 여단도 부레이즈 등지에서 이스라엘군과 교전 중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는 지중해 연안을 따라 남서쪽으로 북동쪽으로 뻗어있는 길이 41㎞, 폭 10㎞의 좁고 기다란 땅덩이인 까닭에 이스라엘군이 부레이즈에 확고한 거점을 마련하면 가자지구는 사실상 북부와 남부로 양분된다.
이달 9일부터 가자지구에 대한 보복 공습을 벌여 온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를 가로지르는 '와디 가자'(Wadi·평소에는 마른 골짜기이다가 큰비가 내리면 홍수가 돼 물이 흐르는 강) 이남의 안전지대로 피란하라고 권고해 왔다.
부레이즈는 와디 가자 바로 남쪽에 위치해 있다.
실제, 이스라엘군이 와디 가자를 기준으로 가자지구를 남쪽과 북쪽으로 양분한다면 하마스는 가자시티에 고립된 채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영향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 ◇ 가자시티에 하마스 가둔 채 '포위전' 벌일까
가자지구에선 현재 전체 인구(230만명)의 60%에 해당하는 140만명이 피란길에 올랐고, 이중 상당수가 와디 가자 이남에 몰려 있다.
이스라엘은 부레이즈를 거점 삼아 가자지구 남쪽과 북쪽 지역간의 통행을 차단한 뒤 남부지역의 피란민들에게 대대적으로 물자를 공급, 민심을 다독이는 한편 하마스가 있는 북부는 철저히 고사시키는 전략을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요새화된 가자시티로 무리하게 병력을 진입시키는 대신 포위전을 벌여 하마스를 약화하려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인구와 각종 시설이 밀집된 대도시의 경우 무력으로 점령하기보다 식량과 연료 등 물자의 공급을 끊어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 것이 더 쉽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하마스는 수백㎞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지하터널과 시설에 대량의 식량과 식수를 비축해 놓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상황이 전개될 경우 일반 주민들까지 먹여살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굶주림을 이기지 못한 주민들이 대거 남쪽으로 탈출하면 이스라엘 입장에선 하마스 공략의 최대 장애물로 여겨졌던 '인간방패' 전술의 무력화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실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은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이 수개월에서 1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 변수는 하마스 땅굴과 국제여론…장기전 따른 경제부담도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를 둘러싼 채 포위전을 벌인다고 해도 하마스를 고사시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자지구 지하에 거미줄처럼 뻗은 하마스의 땅굴 네트워크를 고려할 때 외부에서의 물자 공급을 완전히 차단하기가 쉽지 않고, 가뜩이나 부정적인 국제사회의 여론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커서다.
가족 중 노약자가 있거나 여러 이유로 가자시티를 떠날 수 없는 민간인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식량과 식수, 의약품 등의 반입을 완전히 차단한다면 일반 주민들은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발생해 주변 아랍 국가에 알려진다면 반(反)이스라엘 정서에 재차 불이 붙으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외교적 압박이 가중, 하마스의 숨통이 트이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스라엘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남길 우려도 있다.
이스라엘은 2014년 하마스와 50일에 걸친 전면전을 벌였을 때도 적지 않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6만여명의 예비군을 소집했던 당시에도 그랬는데 무려 36만명의 예비군을 동원해 1년 가까이 전쟁을 치른다면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주변국으로부터의 위협이 잦아들면 예비군 소집을 조기에 해제하고 정규군만으로 작전을 벌임으로써 국가 경제 부담을 완화하려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