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명품보다 '가성비'…MZ세대 몰리더니 확 달라졌다 [송영찬의 신통유통]

아울렛도 명품 대신 'K패션'
너도나도 MZ 취향 맞춰 브랜드 바꾼다
지난 7월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에 문을 연 우영미 매장 내부 모습./ 신세계사이먼 제공
유통업계가 적극적으로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으로 매장을 재편하고 있다. 명품 소비가 둔화된 가운데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K패션’ 브랜드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이같은 트렌드는 백화점을 넘어 가족 단위 방문객을 타깃으로 하던 아울렛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고물가에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패션 시장의 주 소비층으로 부상한 이른바 ‘영앤리치(고소득 젊은층)’를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렛도 'K패션' 중심 재편하니…충성고객 급증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전경./ 신세계사이먼 제공
1일 한국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신세계사이먼은 올 초부터 전국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에 렉토·우영미·바버 등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특히 지난 9월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에 문을 연 하고하우스 매장에선 마뗑킴·보카바카 등 최근 2030세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하고하우스 브랜드들을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 매장엔 오는 21일부터는 ‘메종마레’도 입점한다.

K패션 브랜드 중심으로의 매장 재편은 MZ세대가 주소비층으로 떠올랐다는 판단에서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백화점 업계의 영패션 매출 신장률은 13%로 전체 의류 매장 신장률(7%)을 크게 상회했다. 최근 영패션 카테고리는 국내 브랜드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통상 백화점의 영패션 카테고리 매출은 전체 의류 매출과 같은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와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아 경기 침체 국면에서 경기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들에게 소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달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에 입점한 '보카바카' 매장 모습./ 신세계사이먼 제공
일반적으로 젊은층보다는 자녀 동반 가족 단위의 방문객을 타깃으로 하던 아울렛에서도 브랜드 재편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신세계 아울렛’ 모바일 앱 멤버십의 20대와 30대 가입자는 지난해 12월 말과 비교해 각각 40%, 30% 늘었다. 다른 연령대(40대 20%, 50대이상 10%)의 증가폭과 비교해 두 배 이상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멤버십 가입자는 소위 '충성고객' 수를 판단하는 지표로 판단된다.

백화점들도 잇따라 '영패션 전문관' 재편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명품 브랜드 유치에 집중하던 백화점 업계에서도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대표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8월 부산 센텀시티점 4층에 MZ세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뉴 컨템포러리’ 전문관을 만들고 47개의 매장 중 23개를 K패션 브랜드로 채웠다. 지난 2월엔 마찬가지로 센텀시티점에 국내 최대 규모의 영패션 전문관 ‘하이퍼그라운드’를 만들고 전체 47개 브랜드 중 20개를 K패션 브랜드로 채웠다.
지난 2월 신세계백화점 지하 1층에 국내 최대 규모의 영패션 전문관으로 구성된 '하이퍼그라운드' 전경./ 신세계백화점 제공
유통업계가 K패션에 꽂힌 배경에 단순히 MZ세대만 있는 건 아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과 함께 크게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들이 국내 브랜드들을 찾는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월 더현대 서울에서 외국인 매출 1위를 차지한 패션 매장은 마뗑킴이었다. 이 매장은 지난 7월 한 달 동안에만 12억원의 매출을 올려 영패션 브랜드 중 단일 매장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기존 패션 브랜드 매장의 월평균 매출을 6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명품에서 K패션 중심으로의 전환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신세계사이먼 관계자는 “기존 프리미엄 아울렛의 강점은 해외명품 장르였다”며 “최근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MZ세대 등 젊은 소비층에게 많이 사랑받으며 국내 브랜드 중심으로의 재편으로 트렌드와 발맞추는 최고 수준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