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화가]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추상미술 거장' 로스코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미국을 대표하는 추상표현주의 거장 마크 로스코(1903~1970)는 현대미술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작가다. 누구나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그림인데 가격이 수백억원이라니. 게다가 명쾌한 설명은 없고 “그저 느끼라”는 설명뿐이다. 여기에 스티브 잡스 등 수많은 명사가 로스코를 좋아했고, 로스코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까지 듣고 나면 반감마저 들 수 있다. 실제로 로스코 작품에는 거대한 캔버스에 형체를 분간할 수 없는 색의 덩어리 몇 개가 배치돼 있을 뿐이다.
'마크 로스코, 14번' (1960)
로스코는 생전에 말했다. “사람들이 내 그림 앞에서 무너져 울음을 터뜨린다는 사실은 내가 인간의 기본 감정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때로는 날씨와 시간에 따라 변하는 하늘의 색이 그 자체로 뭉클한 감동을 주듯이, 언어나 모양을 통해 표현할 수 없는 원초적인 감정을 색을 통해 전달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자화상'(1936).
작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건 보는 이의 몫이다. 마침 역대 최대 규모(110여 점)의 로스코 전시가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재단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부호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이 아낌없이 지갑을 털어 마련한 전시로, 작품가액만 4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시는 내년 2월 4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