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내달라" 中서 문의 속출…이랜드 '30년 뚝심' 통했다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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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재도약 노리는 '이랜드
2025년엔 한중 매출 '골든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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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선 지난 1월 선임된 최운식 한중 패션총괄의 주도 하에 전략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새 전략이 먹혀 들어 향후 2년 내에 중국 매출이 국내 매출을 뛰어넘을 것이란 게 이랜드의 자체 전망이다.
○BGM까지 한국과 똑같다

이런 성과는 이랜드가 올해 브랜드 재정비에 ‘올인’한 효과로 분석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한·중 패션사업부문의 완전한 통합이다. 예전에는 양국 법인이 따로 운영돼 제품·광고·매장구성까지 모든 게 달랐다. 이랜드 중국법인 관계자는 “최 대표 취임 후 회사 내에서 한·중 간 경계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두 사업부문을 합친 건 이랜드만의 색을 명확히 보여주며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중국 현지화 전략을 펼쳐온 이랜드의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스파오’는 올해부터 중국 매장을 한국과 똑같이 꾸며 출점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이날 찾은 상하이 양푸취의 스파오 매장이 그랬다. 진열된 제품과 광고모델, 인테리어, 직원 인사법,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까지 한국과 똑같다. 이 매장은 지난 4월 리뉴얼 재개장 후 평당 매출 1위 매장이 됐다. 현재는 지난주 새로 오픈한 환치우강 매장의 평당 매출이 가장 높다.
○中 소비수준 높아지자 고급화
매장 인테리어도 콘셉트에 맞게 바꿨다. 지난 7월 본격적인 매장 리뉴얼에 돌입해 현재 전체 매장의 10% 정도인 30개 매장이 새롭게 단장됐다. 이랜드 관계자는 “리뉴얼을 마친 매장의 매출은 평균적으로 종전의 2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랜드 뚝심의 결정체 '이노베이션 밸리'
지난 18일 찾은 연면적 35만㎡ 규모의 이랜드 이노베이션 밸리. 이곳은 최근 완공돼 현재 준공심사를 받고 있다. 이 건물은 상하이의 ‘판교’ 격인 민항취 우징지역에 위치했다. 내년에 이랜드 중국 본사를 비롯해 국내 기업들이 줄줄이 입주할 예정이다.
우징은 1992년 중국에 진출한 이랜드가 처음 자리 잡은 곳이기도 하다. 당시 우징의 인형공장을 매입한 이랜드는 이를 바지공장으로 개조해 중국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랜드가 30년간 한한령·코로나 등 숱한 위기를 겪으면서도 끝내 중국에서 버틴 건 인구 14억의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지난 30년간 중국에서 2조원이 넘는 세금을 냈다. 현지 기업도 받기 힘들다는 ‘중화자선상’을 네차례 수상했다. 그런 이랜드가 이노베이션 밸리 건설을 결심한 건 2017년 터진 사드 사태가 결정적이었다.
○30년 신뢰자산의 현금화
이랜드는 이노베이션 밸리를 ‘30년 신뢰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설명한다. 중국에 연고가 없는 기업도 중국 정부로부터 검증받은 파트너인 이랜드의 보증을 받아 보다 쉽게 현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이랜드가 이들 기업에 재무·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랜드는 유통·소비재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기업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는 중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상하이 북쪽 서울 여의도 35배 크기 간척지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스마트팜 개발 사업에 국내 애그테크 기업들을 연결해줬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