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소세포폐암 2차에 탈라타맙 10㎎ 효과" NEJM 발표

암젠, 이중항체 신약 활용해
소세포폐암 2차 용법·용량 연구
안명주 교수, 제1저자로 참여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
국내 의료진이 소세포 폐암 환자 2차 치료제로 암젠의 이중항체 신약 '탈라타맙'을 저용량으로 활용하는 게 치료에 더 도움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소세포 폐암은 폐암 중에서도 진행속도가 빠르고 생존율이 낮은 암이다. 이번 논문 결과를 토대로 탈라타맙의 새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삼성서울병원은 안명주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소세포 폐암 2차 치료제로 탈라타맙을 활용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31일 밝혔다.NEJM은 지난해 인용지수가 158.5에 이르는 세계 최고 학술지다. 안 교수는 해당 논문의 제1저자로 참여했다.

폐암은 크게 세포 크기가 작은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소세포폐암은 비소세포폐암보다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대부분이 수술보다는 항암 치료에 의존하는데 1차 치료에 반응이 없을 때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제한적이다.

1차 치료제가 듣지 않아 2차 치료를 해도 약물 반응 기간이 짧고 생존 기간이 8개월을 넘기는 일이 드물다. 전체 폐암의 10~15% 정도로 환자가 적어 상대적으로 치료제 개발에 대한 관심이 낮아 소외된 암으로 불린다.안 교수팀은 탈라타맙과 같은 이중특이성 T세포 관여항체(Bispecific T-cell engager)를 활용해 소세포암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 탈라타맙은 암세포와 면역세포 두 곳에 있는 항원을 인식하는 이중항체다. 소세포폐암 환자의 85~94%에게 발현되는 'DLL3' 단백질과 면역세포에 있는 'CD3'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면역 T세포를 끌고 암세포까지 직접 데리고 가 공격을 유도할 수 있다.

안 교수팀은 탈라타맙 치료 전략을 찾기 위해 세계 17개 나라, 56개 기관에서 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 220명을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탈라타맙 10㎎과 100㎎을 투여한 뒤 치료 반응, 부작용 등을 살폈다.

그 결과 치료 경과를 좋게 하고 부작용을 줄이는 데엔 10㎎ 용량을 2주 간격으로 투여하는 게 가장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 기간 치료 반응율(ORR)은 10㎎ 그룹이 40%로, 100㎎ 그룹 32%보다 높았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10㎎ 그룹이 4.9개월로, 100㎎ 그룹 3.9개월 보다 길었다. 치료 9개월 후 추산한 전체 생존율(OSR)도 10㎎그룹이 68%, 100㎎그룹이 66% 였다.

10㎎을 투여했을 땐 부작용도 적었다. 과도하게 발현된 면역기능 탓에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한 사례는 10㎎ 그룹이 51%, 100㎎ 그룹이 61% 였다. 식욕감퇴, 발열 등 다른 부작용도 10㎎ 그룹이 낮았다.

안 교수는 "소세포암은 다른 암과 달리 제한성 병기, 확장성 병기 둘로 나눠 설명할 만큼 단계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확 퍼지곤 한다"며 "대부분 환자가 다른 쪽 폐나 장기로 전이돼 치료가 어려운 데다 마땅한 치료제도 없다"고 했다. 그는 "이런 연구가 계속 이어져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안 교수는 지난해 클래리베이트가 발표한 '2022년 세계 상위 1% 연구자(Highly Cited Researcher)'로 선정됐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글로벌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가 9월 발표한 '월드베스트 전문병원 2024'에서 세계 5위에 올라 글로벌 탑5에 진입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