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그린워싱 유혹, 사전점검 필수로

ESG 경영 성과가 제품과 서비스의 프리미엄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그린워싱 유혹을 받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린워싱을 막기 위한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월 환경심사지침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갔고, 환경부는 9월말 그린워싱 예방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진출 대기업은 시장경제 메커니즘에 기초해 막강한 사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투자자, 고객사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로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한 새로운 준수사항을 요구받고 있다.대기업이 이 같은 사적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요구사항을 준수하고 자사 ESG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뿐 아니라 자사 글로벌 공급망에 속하는 원료·부품 공급사에 유사한 수준의 준수 사항 이행을 요구하거나 적어도 해당 공급사의 ESG 리스크에 관한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유럽 등 글로벌 자본시장을 주도하는 선진국에서는 ESG 정보 공시 의무화, 녹색 분류체계,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법제를 비롯한 ESG 관련 법령 및 제도가 이미 발효되었거나 곧 도입을 앞두고 있어 이 같은 사적 규제는 그 자체로도 더 강력해질 수 있고, 제도화 방향에 따라 정부의 공적 규제로 번질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무대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은 글로벌 수준으로 ESG 리스크를 관리하고 그 성과를 보여줄 수 없다면 경쟁우위를 얻을 수 없다. 심지어 가격과 품질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자사 또는 협력사의 ESG 리스크 때문에 고객에게 외면당하는 상황도 발생한다.적어도 유럽 소재 고객사를 대상으로 제품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 간 경쟁은 기존 가격과 품질 경쟁에 더해 자사 또는 협력사의 ESG 리스크 관리 성과의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으로 번졌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ESG 리스크를 잘 관리해야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누리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전략·모델에서 ESG 프리미엄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ESG 경쟁, 그린워싱 유혹 야기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은 그린워싱의 유혹, 즉 회사의 ESG 성과, 제품 및 서비스의 ESG 장점 등에 관해 거짓·과장·기만적 표시·광고 등을 함으로써 투자자, 고객사, 소비자 등으로부터 선택받고자 하는 유혹을 느끼고 실제로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경우도 있다.그린워싱은 기업의 제품 및 활동의 친환경적 효과를 과장하거나 그에 대한 허위사실을 표시하는 행위를 지칭하고, 그린워싱 행위와 관련해 제품 표시나 기업 공시 자료에 기재된 환경 관련 정보 오류·누락으로 인한 규제 리스크가 주로 논의된다.

넓게 보면 헌법, 표시광고법, 환경기술산업법, 소비자기본법, 자본시장법, 탄소중립기본법 등 일부 조항이 그린워싱과 관련 있다고 볼 수 있으나,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이 그린워싱 행위에 대한 규제 법령으로서 가장 관련성이 높고 규제 강도가 강하다. 표시광고법은 사업자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한다.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는 법에 규정된 4가지 유형 중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잘못 알게 할 우려(소비자 오인성), 공정한 거래 질서를 해칠 우려(공정거래 저해성)가 있어야 한다. 소비자 오인성은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가 해당 표시·광고를 받아들이는 전체적·궁극적 인상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며, 공정거래 저해성은 ‘광고 그 자체로 인해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 결정을 방해함으로써 관련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가 자신이 공급하는 상품 등에 관해 ‘환경과 관련된 내용으로 행하는 표시·광고’가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을 적용한다. 환경심사지침이 적용되는 환경 관련 표시·광고는 ‘사업자 또는 사업자에 의해 공급되는 상품이 갖고 있다고 주장되는 환경적 속성 또는 효능에 관한 표시·광고’를 말한다.

개정 환경심사지침, 예측 가능성 높여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월 1일부터 개정 환경심사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국내외 유사 입법례, 공정거래위원회 심결례를 반영해 기존 환경심사지침의 심사기준을 구체화하고 최근 많이 사용되는 용어나 표현 유형별로 다양한 사례를 추가함으로써 법 집행의 일관성과 수범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개정 환경심사지침은 부당 심사의 일반원칙 재정비, 환경 관련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의 세부유형 신설, 사업자 자신에 관한 환경 관련 표시·광고 기준 구체화, 상품의 생애주기를 반영한 세부 심사지침 개편 등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린워싱 예방을 원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공정위가 환경심사지침 개정과 함께 내놓은 셀프 체크리스트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규제 환경 또는 리스크를 고려할 때 한국 기업은 회사의 ESG 성과, 제품·서비스의 ESG 장점 등에 관해 표시·광고·공시 등을 함에 있어 표시광고법, 환경기술산업법, 자본시장법 등에 비춰 법 위반 가능성이 없는지 미리 점검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하고, 이를 전담하는 조직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이 같은 정보를 외부로 표출할 때 홍보팀, 마케팅팀, IR팀 등 개별 팀과 담당 임원의 개별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모든 정보를 사전에 심사·점검할 수 있는 통일된 체계가 있어야 하고 이를 전담하는 조직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이 같은 전담 조직이 사전에 리스크를 심사하고 필요한 경우 내·외부 법률 전문가와 협의를 거쳐 문제가 없다는 판단 아래 문(gate)을 열어 ESG 정보가 회사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전담 조직은 법무팀, 컴플라이언스팀 등 개별 팀 단위일 수도 있고, 관련 팀들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 성격의 조직일 수도 있다.

윤용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