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지상전 예상보다 느리게 전개"…이스라엘 속도조절 이유

장기전에 군 사상자 최소화 의도…유럽 등서 커지는 휴전 목소리도 부담
"헤즈볼라 등 확전 우려해 '지상 침공' 표현도 안 써"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섬멸을 목표로 가자지구 지상전에 본격 돌입했지만 이번 작전이 제한적인 규모로 예상보다 느린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이스라엘의 이 같은 속도 조절을 두고 여러 군사, 정치적 요소를 고려한 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현지시간) 전현직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무엇보다 하마스를 상대로 한 자국 화력의 우위를 극대화하면서도 자국군 사상자는 최소화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동시에 이란과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이스라엘의 다른 적들까지 이번 전쟁에 개입하는 확전 상황을 피하기 위한 시도라는 진단도 나온다.한 서방 외교관은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 이란이 지상전을 긴장 고조의 도화선으로 보지 않을까 우려해왔다면서 이스라엘이 이번 지상 작전을 '지상 침공'(land invasion)이라고 부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응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와 공습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유럽 등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과 휴전 압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이스라엘이 고려했을 수 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가 29일까지 8천5명으로 늘었다.세계 곳곳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엔 회원국들도 지난 2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 총회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찬성 120표·반대 14표·기권 45표로 가결됐는데, 앞서 이스라엘의 방위권에 강력한 지지를 표했던 프랑스를 포함해 8개 유럽연합(EU) 회원국도 찬성표를 던졌다.

이 밖에도 이스라엘의 이번 지상 작전 속도 조절은 자국군이 6개월에서 1년에 걸친 장기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전쟁에 대비하도록 하는 한편 하마스가 가자지구 곳곳에 심어놓았을 지뢰를 확인하는 등 현지 상황을 파악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전 이스라엘군 가자 사단 부사령관인 아미르 아비비는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 병사들이 이동할 때 우리는 대규모 포병대와 함께하며, 그 위에서는 50대의 항공기가 움직이는 모든 것을 파괴한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FT에 전술 측면에서는 규모가 작을 경우 지상군 병력에 대한 근접 공중 지원이 더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시가전을 위한 훈련을 받은 하마스가 수년에 걸쳐 방어 수단을 준비해놓은 북부 가자에 진입할 때 이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서 가자지구로 납치해간 200명이 넘는 인질의 안전도 고려 사항 중 하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