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시정연설 여당만 32차례 박수…野 보이콧 없이 '피켓시위'

작년 19차례보다 많아…與, 尹대통령 입·퇴장 때도 기립 박수
野, 박수도 고성·야유도 없었다…연설 중간 탄식 나오기도
최평천 김철선 정수연 = 윤석열 대통령의 31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선 여야 간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열띤 호응을 보였지만 야당은 연설 내내 냉담한 반응이었다.

붉은색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께 여당 의원들의 기립 박수 속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등에 반발해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장 자리를 지켰지만, 윤 대통령을 외면하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약 27분 20초간 연설 동안 박수는 총 32차례 나왔다.

이는 지난해 야당 의원들 없는 시정연설의 19차례보다 더 많은 박수 세례다.

여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주요 발언마다 적극적으로 박수치며 호응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박수를 한차례도 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서민 금융 공급 확대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담 완화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말하자 연설 이후 첫 박수가 나왔다.

여당 의원들은 "연금 개혁, 노동 개혁, 교육개혁을 위해 의원들의 깊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리겠다",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 등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박수로 화답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킬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이원욱 의원, 정춘숙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휴대전화를 보거나 대화를 나누는 등 연설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윤 대통령이 '합법적인 노동운동은 철저하게 보장했다'는 취지로 말하자 민주당 의석 쪽에서 "아유"라는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연설을 마친 윤 대통령은 단상에서 내려와 6분가량 여야 의원들과 악수했다.

야당 의원들은 자리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었고, 여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 퇴장 전까지 박수를 이어갔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석 쪽으로 다가가자 여당 의원들이 통로에 몰려들었다.

윤 대통령은 이만희, 유상범, 백종헌, 서범수, 양금희, 박성민 의원 등과 차례로 악수했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와도 인사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김예지 의원과 인사하며 옆에 앉아있던 안내견 '조이'를 짧게 쓰다듬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 시정연설에는 여야 원내대표가 체결한 '정쟁 자제' 신사협정 덕분에 야유나 고성은 등장하지 않았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회 회의장 내 피켓 부착과 상대 당을 향한 고성·야유를 하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피켓을 내걸지 않았지만, 진보당 강성희 의원은 홀로 'D-160 반드시 무너뜨린다 피눈물 난다! 서민 부채 감면!', '줄인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가 적힌 피켓을 손에 들고 시위를 펼쳤다.

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연설이 끝나고 의원들과 악수하는 동안에도 피켓을 번쩍 들어 올렸지만, 윤 대통령은 눈길을 주지 않았다.

민주당은 앞서 윤 대통령이 국회에 들어설 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피켓 시위'를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한 오전 9시 41분께 로텐더홀 계단에서 '민생경제 우선', '국민을 두려워하라', '민생이 우선이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를 표했다.

윤 대통령이 마중 나온 김진표 국회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피켓을 들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 쪽으로 눈길을 주지 않자, 일부 민주당 의원은 "여기 한 번 보고 가세요", "여기 좀 보고 가"라고 외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작년 시정연설 때도 로텐더홀에서 '야당 탄압 중단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