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친 학생에 '레드카드' 준 교사 기소유예…헌재 "처분 취소해야"

헌재 " 레드카드는 교육목적"
9월 대법원도 정당성 인정
사진=연합뉴스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친 학생에게 일종의 벌점인 '레드카드'를 준 행위를 아동학대로 보고 기소유예한 검찰 처분이 헌법재판소에서 취소됐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초등교사 A씨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한 검찰의 처분이 자신의 평등권·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A씨는 2021년 4월 수업 중간에 빈 물병으로 반복해서 장난을 친 학생 B군의 이름표를 칠판에 부착된 레드카드 옆에 붙였다. 이어 B군에게 방과 후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약 14분간 쓸도록 했다.B군은 다음날부터 등교를 거부했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 일로 A씨도 병가를 내고 담임을 그만뒀다. 이후 B군 부모의 신고로 수사가 시작됐고 검찰은 "정서적 학대 행위를 했다"며 기소유예로 처분했다.

헌재는 레드카드 옆에 이름표를 붙인 행위가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A씨는 교육적 목적으로 레드카드를 줬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B군은 이번 사건 전에 낙상사고, 학교폭력 피해 등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사건도 경험했다"며 "이 사건 이후 결석한 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게 된 것이 레드카드 때문인지, 다른 사건 때문인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지난 9월 B군의 부모가 이 사건 학교장을 상대로 낸 교권보호위원회 조치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2심 재판부는 등교 거부와 담임 교체를 요구한 B군 부모의 행위가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행위가 "교사의 판단과 교육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 맞다"고 봤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