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eople] 잇투헤븐 민관운 대표 "열흘 내리 육개장 먹어도 안질렸죠"

대기업 식품 MD 출신…가정간편식으로 연 30억 매출
"제 소울푸드는 순댓국입니다. 소주를 곁들이면 천국이 따로 없죠."
국밥 한 그릇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시내 한 국밥집에서 만난 '잇투헤븐' 민관운(39) 대표는 가정간편식(HMR) 업계의 '떠오르는 신성'이다.

지난 2021년 시작한 사업이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첫 해 4억원이었던 연 매출은 지난해 22억원까지 뛰었고, 올해는 최대 35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주력 메뉴는 국, 탕, 찌개 등으로, 그중에서도 한우 육개장, 곰탕과 같은 보양탕류가 효자상품이다.

'대식가', '보양옥' 등 자체 브랜드(PB) 라인 외에 '사리원', '새벽집' 과 같은 유명 식당과 연계한 레스토랑 간편식(RMR)도 인기다. 대기업 계열 홈쇼핑업체의 '잘나가는' 식품 상품 기획자(MD)였다는 그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민 대표는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처음부터 사업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변곡점은 다름 아닌 회사의 징계였다. 퇴근 후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던 게 화근이었다.

감봉 6개월을 받아 든 그는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지고, 2020년 온라인 반찬 가게 '집반찬연구소' 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시기 경험은 큰 자산이 됐다.

대기업과 승산 없는 가격 경쟁을 하는 대신 '좋은 물건을 제값 받고 파는 법' 즉 틈새시장 공략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소규모 업체 온라인용 제품에 따로 바코드를 부착함으로써 오프라인에서도 원활하게 유통되도록 한 것은 대기업에 다니며 익힌 감각이다.

집반찬연구소는 현재 연 매출 100억 원을 훌쩍 넘는 업계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민 대표는 잇투헤븐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PB'를 꼽았다.

레스토랑 간편식(RMR)의 경우 이름을 빌려 온 업체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고, 마케팅 역시 한계가 있기 때문에 PB에 주력한 전략이 주효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냉동 떡을 만들면서 포장지는 '상온용'을 주문하는 바람에 4만 장 대부분을 폐기해야 했던 아픈 기억도 있다.

민 대표는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며 웃어 보였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업자가 먼저 샘플을 들고 연락해왔던 대기업 시절과 달리 직접 발로 뛰며 판로를 개척해야 하기에 '인맥 관리'가 중요한 것은 물론이다.

잇투헤븐이 '맛으로 천상까지'를 내세운 것처럼 작은 회사일수록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슬로건 하나가 성패를 가른다고 한다.
자칭 '국밥대장'인 민 대표는 "제품 개발 당시 열흘 내리 육개장만 먹었는데도 질리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국 없이는 밥을 못 먹는 '토종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K-국밥이 세계시장에 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계절이 뚜렷해 식재료와 조리법이 다양한 데다, 특히 겨울철 수프 즉 국밥이 발달했다는 분석이다.

맑은 국물, 빨간 국물 등 색깔도 제각각이고 고기, 해물 등 육수의 베이스도 천차만별이다.

그가 생각하는 국밥의 매력은 우리네 인생과 '닮은꼴'이라는 것이다.

"국밥은 특히 식어가면서 맛이 달라지는데요, 마치 우리가 나이가 들수록 성격이 변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