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친구가 전해준 비보… '반주자' 쉴뱅 뒤랑이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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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김용걸의 Balancer-삶의 코어를 찾는 여행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발레 클래스(Ballet Class)를 해주다보면 학생들이 지쳐있거나 집중하지 않거나 못하는 분위기를 느낄때가 있는데 그때 학생들에게 이렇게 물어보곤 한다.
“최고의 수업이란 뭘까요?”그리고 이에 대한 답을 이렇게 하곤 한다.
“서로에 대한 Trust(믿음)과 Respect(존중)만 있다면 그 수업은 이미 최고의 수업입니다.“
그 아무리 대단한 무용수가 와서 수업을 준다 한들,
그 아무리 우수한 학생이 수업을 듣는다 한들,
이 둘 사이에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 없다면 이는 안하느니만 못한 서로에게 Damage(피해)만 주게 되는 수업 일 것이 불 보듯 뻔하다.상호간의 이런 중요한 관계성이 비단 “Ballet class” 내에서만 이겠는가 싶다.
여기서 이 둘의 관계와 더불어 Ballet Class 에서 결코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관계성을 띠는 존재가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바로 Ballet Class “반주자” 이다.
수업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경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반주자인 피아니스트(Pianist) 가 Ballet Class 에서 어떻게 존재해 주느냐에 따라 ballet class 의 성패는 크게 나눠지기도 한다."반주"(伴奏) 라는 단어의 계념을 잠시 살펴본다면,
"반주"는 노래나 기악의 연주를 도와주기 위하여 옆에서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고,
영어로는 플레이 어컴퍼니먼트(play accompaniment)이다.
말 그대로 원래의 것을 더욱 풍성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주기 위한 보조로써의 역할을 뜻하는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발레수업에서 너무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반주”라는 단어의 의미를 “요리”에 비유하게 될 때가 있다.
바로 음식을 만드는 도구와 재료들에게 가하게 되는 "열"인 "불"로 말이다.너무 뜨거워도 안되고 너무 약해도 안되는 게다가 너무 오래 가열해도 너무 짧게 가열해도 안되는 아주 섬세하면서도 디테일한 역할까지 도맡아 하게 되는것이 Ballet Class 에서의 “반주자“라고 말이다.
물론 요리를 만드는 주체인 요리사와 음식을 구성하는 재료도 중요하지겠만 "불"이라는 존재의 알맞고 적절한 역할이 없다면 그 아무리 최고의 요리사와 최고의 재료들일지라도 진정한 "산해진미"는 결코 완성될 수 없을 것이다.
국립발레단에서 주역무용수로 활동했었고 국제대회에서의 다수의 수상으로 콧다가 꽤 높았었던 본인이 10년가까운 파리 국립오페라발레단의 단원생활 중 3,4년이라는 시간을 "Corp de Ballet" (군무)무용수로 활동했어야 했었음에도 오히려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내 삶속에서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을수 있을 만큼 값지고 소중할 수 있는 건 발레단에서 매일 아침마다 했었던 "Ballet Class" 덕이라 생각한다.
“Ballet Class" 를 이끌어 나가는 최고의 선생님과 함께하는 단원들의 수준 높은 기량 덕분에 1시간 30분간 가량의 Ballet Class 는 나에게 있어 수업 그 이상의 의미였다.
그래서 그 시간만큼은 조상님들에게 "제사" 를 지내는 마음으로 수업에 임하려 노력했었으나 매일매일을 그런 자세로 수업에 임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무척이나 힘이 되어줬던 “조력자”같은 존재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반주자"였다.Ballet Class 를 진행하는 선생님들은 반주자에게 동작들의 박자정도만 제시할 뿐 곡을 선택해 연주하는 건 전적으로 반주자의 몫이었다.
반주자들 중 유독 단원들과의 유대관계가 좋은 반주자가 있었는데 그 유대관계라는 건 결국 서로에 대한 Trust 와 Respect 가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었는데,
그 반주자는 그날의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이 누구인지와 그날 수업에 임하는 무용수들의 상태가 어떤지를 먼저 이해하는것에 대해 무척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런 부분들을 감안해서 수업에 임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날에도 그 반주자와 함께하는 Ballet Class 라면 몸이 언제 그랬냐는 듯 가볍게 느껴졌었고 다소 어려운 스텝들일지라도 그만의 피아노 리듬과 함께라면 신기하리만큼 동작들이 잘되며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을 진행해 나갈 수 있었다.
당시 발레단 내에서 나를 살뜰히 챙겨주기까지 했던 한 피아니스트가 있었었는데 외부에서도 연주활동을 하고 있던 반주자라 자신만의 가지도 있는 연주곡이나 때론 최신 유행곡까지도 수업때 연주해주곤 했었는데 그럴땐 ballet Class 분위기가 완전히 “파티장”이 되어버릴 정도이곤 했었다.
"그 시절 그 반주자와 함께할 수 없었더라면...."
생각만으로도 아찔할 정도로 나에게 있어 그 "반주자" 친구의 존재와 역할은 중요하다 못해 절실한 존재였다.
얼마전,
프랑스 친구로부터 비보를 접했다.
그 반주자 친구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고 너무 일찍 가버린 친구의 비보에 많은 파리오페라발레단 식구들이 슬퍼하며 그를 애도했다.
언젠가는 반드시 한국에 초대해서 많은 한국의 반주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겠다고 장담처럼 얘기하곤 해었지만 난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무대에서는 아니였었지만 그의 가슴에서 시작되어 그의 손끝과 발끝으로 전해졌던 그의 리듬에 내 모든걸 맡겼을 때 난 진정한 춤을 출 수 있었고 그래서 난 누구보다 행복했었다.
그의 피아노 선율위에서 만큼은 내가 진정으로 되고자 했던 파리오페라 발레단의 주역인 "Etoile"(에뚜왈·파리오페라발레단 주역) 이 되어 마음껏 춤 출수 있었었슴을 지금에야 고백하며 먼저 길을 떠나간 친구에게 늦었지만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해본다.
“Sylvain Durand”(쉴뱅 뒤랑)조만간 뒤따라 갈테니 먼저 가 있게나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