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가 난제 풀 5·10·30년 계획 세우자

저출생·기후위기 등 복합 과제
'국회 미래委' 만들어 풀어가야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저출생은 국가의 존망이 달린 문제다.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대한민국은 지구에서 가장 빨리 사라지는 나라가 될 것이다.

2006년부터 작년까지 17년 동안 저출생 예산으로 332조원을 썼다. 결과는 합계출산율 0.78명이다. 수도 서울은 0.59명으로 추락했다. 충격적인 수치다. 이를 돌파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전진할 수 없다. 저출생을 해결하려면 여러 가지 문제를 풀어야 한다. 먼저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이 중요하다. 보육과 교육 걱정이 없어야 한다. 내 집 마련이 가능해야 한다. 아이와 산모 건강을 책임질 의료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일과 육아의 병행이 가능한 문화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이는 한 부처에서 해결하기 불가능한 복합 과제다. 국가 전체가 나서야 할 일이다.따라서 범정부적인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지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힘이 부족하다. 규모가 부처 1개 국(局)의 절반 수준인 30여 명에 불과하고, 이마저 다른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이 대다수다. 평균 근속기간이 1.3년에 그친다. 정권에 따라 지위도 흔들렸다. 노무현 정부에서 출범한 뒤 대통령 직속과 보건복지부 소속을 오갔다. 확고한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연속적이고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저출생 말고도 중요한 국가 과제가 산적해 있다. 디지털 대전환, 기후위기, 연금개혁 등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도 특별위원회를 뒀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총 13개 특위(인사청문회, 국정조사 제외)가 가동됐다. 문제는 활동 기간이 짧고, 잘 열리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결정적으로 특위는 법안심사권이 없다. 권한과 역할이 너무 적다.

이제 국회에도 장기 국가 과제를 다룰 상임위원회가 필요하다. ‘국회 미래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 구성원은 각 당 원내대표 또는 상임위원장을 지낸 중진들로 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이들의 경험과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정책적인 뒷받침을 해주면 깊은 토론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미래위원회를 통해 디지털 대전환, 기후위기 극복 등 장기적 국가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핀란드에는 ‘미래상임위원회’가 있다. 의원내각제 국가 핀란드에서 신임 총리는 10~20년 미래를 내다본 전략보고서를 의회에 의무 제출한다. 보고서의 아젠다는 총리가 바뀌어도 의회에서 20년간 평가하고 논의한다. 여야 의원 17명이 소속된 미래위는 이 평가를 기초로 총리 보고서에 대한 의회 답변 보고서를 낸다. 나아가 기후위기, 과학기술, 인구정책 등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법안을 발의한다. 이런 시스템 덕에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이 흔들리지 않는다.

인내와 일관성을 보장하는 제도가 핵심이다. 스웨덴의 ‘특별위원회’는 장기간 소요되는 국정개혁을 주도한다. 1998년 합의된 스웨덴 퇴직연금 개혁은 무려 15년의 논의를 거쳤다. 독일의 ‘현안조정회의’도 좋은 모델이다. 대표적으로 1992년부터 약 7년간 동독 사회주의 역사 평가 작업을 이끌며 통일 독일의 정체성 형성에 기여했다.

에드워드 밴필드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일생을 50년간 추적했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먼 미래를 보고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가 계획을 세워야 나라의 운명도 바꿀 수 있다. 국회가 과거와의 싸움을 멈추고, 미래의 길을 찾는 데 시간을 쏟아야 한다. 5년, 10년, 30년 계획을 세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