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모셔라"…아울렛도 명품보다 영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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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 재편유통업계가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으로 패션 매장을 재편하고 있다. 코로나19 창궐 후 2020년부터 3년간 이어진 명품 열기가 식으면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K패션’ 브랜드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이런 트렌드는 백화점에서 시작해 가족 단위 방문객을 타깃으로 하던 아울렛으로까지 확산하는 추세다.
렉토 등 신진 브랜드 대거 입점
모바일앱 20대 가입자 40% ↑
백화점도 K패션 매장 확대
상반기 영패션 매출 13% 늘어
○아울렛도 신진 K패션 모시기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사이먼은 올해 초부터 전국 5개 신세계 프리미엄아울렛에 ‘렉토’ ‘바버’ 등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지난 9월 경기 여주프리미엄아울렛에 문을 연 하고하우스 매장에선 ‘마뗑킴’ ‘보카바카’ 등 최근 2030세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하고하우스의 브랜드들을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다.유통업계가 K패션 브랜드 중심으로 매장을 재편하는 건 MZ세대가 핵심 고객으로 자리를 굳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집계한 백화점업계의 올해 상반기 영패션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13%로 전체 의류 매출 증가율(7%)을 웃돌았다.
백화점의 영패션 매장은 국내 브랜드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통상 전체 의류 매출과 비슷한 흐름을 보여온 만큼 올해 들어 나타난 추세는 이례적이란 게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이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와 트렌디한 디자인이 경기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들에게 먹힌 영향으로 풀이된다.아울렛에서도 매장 재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 아울렛 모바일 앱의 지난달 말 기준 20·30대 가입자는 작년 말에 비해 각각 40%, 30% 늘었다. 다른 연령대(40대 20%, 50대 이상 10%)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증가율이다. 신세계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유치의 영향으로 2030 충성고객들이 새롭게 유입되는 것으로 분석한다.
○매장 구성 변화 주는 백화점
2020~2022년에 명품 브랜드 유치에 집중한 백화점 업계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8월 부산 센텀시티점 4층에 MZ세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뉴 컨템포러리’ 전문관을 만들고 47개의 매장 중 23개를 K패션 브랜드로 채웠다.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을 통해 MZ세대가 새 핵심 타깃층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 현대백화점은 지난 3월엔 목동점을 재단장하면서 1만6500㎡ 규모의 별관 전체를 MZ 전문관으로 꾸몄다. 이 중 9900㎡가 영패션 매장이다.유통업계가 국내 MZ세대만 보고 K패션을 강화하는 건 아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국내 브랜드들의 인기가 높다는 점도 작용했다.
1~8월 더현대서울에서 외국인 매출 1위를 차지한 패션 매장은 마뗑킴이었다. 이 매장은 7월 한 달 동안에만 12억원의 매출을 올려 영패션 브랜드 중 단일 매장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기존 패션 매장의 월평균 매출보다 6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신세계사이먼 관계자는 “기존의 프리미엄아울렛은 해외 명품에 강점이 있었다”며 “최근엔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