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문학상 란스마이어 "서울, 상상력 확장하는 마법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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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세계', '빙하와 어둠의 공포' 쓴 오스트리아 소설가
"문학, 내 삶과 언어 바깥 상상하게 해줘" "문학의 중요한 역할이 하나 있다면, 내 삶과 언어 바깥이 어떤지 상상하고 타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도 그 자체가 아닐까요. "
제12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69)는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학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이 답변은 고스란히 그의 작품 세계 전체를 요약하는 말이기도 하다.
란스마이어는 소설들을 통해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과 타자의 이해를 통한 인간 존재의 확장을 일관되게 추구해왔다. 1988년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장편 '최후의 세계'는 로마제국의 세상 끝으로 유배당한 작가 오비디우스와 사라진 그의 책 '변신'을 찾는 주인공 코타의 모험담이다.
2천년 전 로마와 20세기 유럽이 시공간적으로 혼재된 이 작품에서 작가는 인간의 탐욕과 자연 파괴, 그리고 이성에 기반을 둔 문명의 의미를 탐구했다.
1984년 데뷔작 '빙하와 어둠의 공포' 역시 탐험 이야기다. 19세기 말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미지의 땅, 북극을 정복하기 위해 떠난 탐험대의 실제 모험담을 소설로 옮긴 이 작품에서 란스마이어는 극한의 추위와 식량부족, 질병 등에 직면하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인간들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작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문학의 역할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다"면서도 "문학을 통해 낯선 환경과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타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현상의 변화를 시도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의 수많은 곳을 여행하고 여러 나라에서 거주해보며 소설 작업을 하는 그지만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아직 서울밖에 보지 못했지만, 한강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제가 쓴 소설들에는 없던 풍경들이었습니다.
특히 서울에선 수백 년의시간이 섞여 있어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 책상에서 동쪽으로 8천㎞나 떨어진 곳의 여러분들이 제 목소리를 들어주시다니 놀라운 일이지요.
"
작가는 "나는 글을 쓰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 사이 사이를 건너다녀야 하는 사람"이라면서 "서울은 그런 점에서 상상력을 확장하고 현실을 소설로 만들 마법 같은 공간인 것 같다"고 했다.
박경리의 작품 중에선 '시장과 전장'과 '토지'를 읽어봤다면서 한국의 전쟁과 분단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란스마이어는 그러면서 자신의 조국 오스트리아의 이야기들도 들려줬다.
"오스트리아는 지금은 평화롭지만, 제가 살던 곳에서 불과 40㎞ 떨어진 곳을 히틀러 무리가 파괴하기도 했고 가까운 곳에 나치 수용소도 있었습니다.
빈에서 대학에 다닐 때도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을 만날 수 있었지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모르부스 키타하라'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습니다.
"
그는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허구와 현실을 연결하는 방식의 소설을 계속 쓰겠다고 말했다.
"문학적 환경이 많이 달라져도 제가 쓰는 방식은 똑같을 것 같습니다.
주변의 사람들과 역사, 이야기를 모아서 허구와 현실을 이어주는 방식 말입니다.
"
박경리문학상은 '토지', '김약국의 딸들' 등을 쓴 소설가 박경리(1926∼2008)의 문학정신을 기려 토지문화재단이 2011년에 제정한 상으로, 상금은 1억원이다. 란스마이어는 오는 2일 시그니엘 서울에서 열리는 시상식을 비롯해 7일 대산문화재단의 '세계작가와의 대화'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문학, 내 삶과 언어 바깥 상상하게 해줘" "문학의 중요한 역할이 하나 있다면, 내 삶과 언어 바깥이 어떤지 상상하고 타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도 그 자체가 아닐까요. "
제12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69)는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학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이 답변은 고스란히 그의 작품 세계 전체를 요약하는 말이기도 하다.
란스마이어는 소설들을 통해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과 타자의 이해를 통한 인간 존재의 확장을 일관되게 추구해왔다. 1988년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장편 '최후의 세계'는 로마제국의 세상 끝으로 유배당한 작가 오비디우스와 사라진 그의 책 '변신'을 찾는 주인공 코타의 모험담이다.
2천년 전 로마와 20세기 유럽이 시공간적으로 혼재된 이 작품에서 작가는 인간의 탐욕과 자연 파괴, 그리고 이성에 기반을 둔 문명의 의미를 탐구했다.
1984년 데뷔작 '빙하와 어둠의 공포' 역시 탐험 이야기다. 19세기 말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미지의 땅, 북극을 정복하기 위해 떠난 탐험대의 실제 모험담을 소설로 옮긴 이 작품에서 란스마이어는 극한의 추위와 식량부족, 질병 등에 직면하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인간들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작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문학의 역할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다"면서도 "문학을 통해 낯선 환경과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타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현상의 변화를 시도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의 수많은 곳을 여행하고 여러 나라에서 거주해보며 소설 작업을 하는 그지만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아직 서울밖에 보지 못했지만, 한강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제가 쓴 소설들에는 없던 풍경들이었습니다.
특히 서울에선 수백 년의시간이 섞여 있어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 책상에서 동쪽으로 8천㎞나 떨어진 곳의 여러분들이 제 목소리를 들어주시다니 놀라운 일이지요.
"
작가는 "나는 글을 쓰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간 사이 사이를 건너다녀야 하는 사람"이라면서 "서울은 그런 점에서 상상력을 확장하고 현실을 소설로 만들 마법 같은 공간인 것 같다"고 했다.
박경리의 작품 중에선 '시장과 전장'과 '토지'를 읽어봤다면서 한국의 전쟁과 분단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란스마이어는 그러면서 자신의 조국 오스트리아의 이야기들도 들려줬다.
"오스트리아는 지금은 평화롭지만, 제가 살던 곳에서 불과 40㎞ 떨어진 곳을 히틀러 무리가 파괴하기도 했고 가까운 곳에 나치 수용소도 있었습니다.
빈에서 대학에 다닐 때도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을 만날 수 있었지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모르부스 키타하라'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습니다.
"
그는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허구와 현실을 연결하는 방식의 소설을 계속 쓰겠다고 말했다.
"문학적 환경이 많이 달라져도 제가 쓰는 방식은 똑같을 것 같습니다.
주변의 사람들과 역사, 이야기를 모아서 허구와 현실을 이어주는 방식 말입니다.
"
박경리문학상은 '토지', '김약국의 딸들' 등을 쓴 소설가 박경리(1926∼2008)의 문학정신을 기려 토지문화재단이 2011년에 제정한 상으로, 상금은 1억원이다. 란스마이어는 오는 2일 시그니엘 서울에서 열리는 시상식을 비롯해 7일 대산문화재단의 '세계작가와의 대화'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