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죽음의 시가전'…이스라엘, 하마스 지하땅굴 진입

치열한 교전…양측 피해 커져
이집트, 국경 열어 부상자 치료

< 폭격 당한 가자지구 난민촌 > 이스라엘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의 하마스 근거지를 공습하는 과정에서 난민 캠프에 폭탄이 떨어져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사상자를 구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가자지구에 진입한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시가지 근접 전투가 본격화하고 있다. 인질 구출을 위해 하마스의 지하 터널에 병력을 투입하는 게 불가피해지면서 양측 사상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요아브 갈란드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1일 “육군 가비티 보병여단이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의 하마스 근거지를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보병들이 근접 전투를 벌여 하마스 대원 50여 명을 사살했고, 이스라엘군도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부지역 장악에 나선 이스라엘 장갑차가 하마스의 대전차 미사일에 맞아 7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치는 등 이스라엘군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하마스의 지하 터널에 대한 공격이 본격화는 가운데 가자시티와 가까워질수록 지상군 구출 병력을 지하로 투입하는 작전이 늘어나고 있다. 벙커버스터로 지하 시설을 무차별 붕괴시키면 인질이 희생될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지난달 7일 하마스가 기습 후 끌고 간 인질 240여 명은 지하에 억류된 것으로 파악된다. 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가자지구를 이스라엘군의 무덤으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전날 이스라엘 공군이 자발리야 난민촌 주택가에 폭탄을 투하해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하마스 내무부는 “자발리야에서만 사망자와 부상자가 400명이 넘었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카타르의 중재로 진행된 이집트, 하마스와의 협상에서 가자지구의 외국인과 중상자를 이집트로 보내는 데 합의했다.

이스라엘 육군은 가자지구 중부에서도 점령지를 넓히며 해안 방향으로 진격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허리를 끊어 북부와 중부 양쪽에서 가자시티를 포위한다는 전략이다. 가자시티를 고립시킨 상태에서 시간을 끌면서 인질 협상과 함께 하마스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 전쟁 후 두 번째로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전황을 점검하고 하마스 축출 후 가자지구 처리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유엔 평화유지군 파견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파타 정부에 가자지구를 맡기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