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열공 '화공특강'…경북 혁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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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등 미래산업 유치 일등공신
대통령도 관심…李지사 책선물
도청사 옮겨간 안동신도시 활기
1일 경상북도에 따르면 도가 이철우 지사 취임 후 2018년 11월 시작한 화공특강은 이달 250회를 맞을 예정이다. 경상북도의 유튜브 채널 ‘보이소TV’에 게재되는 화공특강 내용은 최고 5만 뷰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화공특강이 시작된 계기는 도청의 안동신도시 이전이다. 50년 동안 대구에 있던 도청사는 2016년 안동신도시로 이전했다. 도청 관계자는 “지금은 영화관과 스타벅스 매장도 생겼지만 당시엔 쇼핑시설과 대형서점 등 문화시설이 없었다”며 “업무가 끝나면 신도시 상가에서 삼삼오오 술 한 잔 하며 시간을 보내는 분위기였다”고 회고했다.
22개 시·군에서 경상북도로 전입하는 공무원은 물론 고시 출신 사무관도 경상북도 근무 희망자가 급감했다. 불편한 교통 때문에 외부와의 접촉이 줄면서 경상북도 공무원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 지사가 화공특강을 시작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시도였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공무원은 물론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이 잇달아 연사로 등장해 경상북도 공무원들과 질문을 주고받았다. 화공특강은 ‘서안동의 다보스포럼’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화공특강은 도청의 문화를 학습조직으로 바꾼 데 그치지 않고 ‘지방시대’ 정책 실행조직으로 발전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지난 3월 전국에 15곳이 지정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가운데 지자체 중 가장 많은 3개를 유치했다. 또 2차전지와 반도체특화단지 등 첨단산업 특화단지 2개 동시 지정도 화공특강의 산물이다. 임휘승 자치행정국장은 “소형모듈원전(SMR), 원자력수소, 바이오 등 국가산단과 특화단지 유치를 위해 14회의 특강에 국내 최고 전문가를 모셔 전문성을 다졌다”고 말했다.
포항과 예천 등 2개의 데이터센터 유치도 화공특강이 가져온 성공 사례다. 경상북도는 지난 9월 산업통상자원부, SK에코플랜트 등과 ‘육양국과 연계한 1조50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유치 투자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은 2021년 11월 화공특강 후 이 지사와 차담을 나누던 대기업 관계자가 ‘육양국을 유치해보라’고 제안한 데서 시작됐다. 당시 이정우 빅데이터과장이 이를 듣고 투자 유치로 연결시켰다.
SMR과 수소에너지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전력원으로 눈여겨보는 분야다. 글로컬대 예비 선정 최다(3곳), 일자리사업 3년 연속 최고, 청년정책 전국 1위 등의 성과 역시 배워서 정책으로 만든 ‘연구중심 도정’의 결과다.윤석열 대통령도 화공특강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 지사는 지난해 당선인 신분으로 방문한 윤 대통령이 화공특강에 대해 묻자 강의내용을 모은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