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10월 가계대출 3.7조 증가…정부 뒷북 대응에 "백약이 무효"

주담대가 가계대출 증가분 91% 차지
DSR 예외 남발한 금융당국 책임론 부각
사진=임대철 기자
지난 10월 5대 주요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 말 대비 3조7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증가분의 91%는 주택담보대출 확대로 인해 발생했다. 직전 22개월 동안 감소세를 유지하던 신용대출마저 지난달엔 2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정부가 지난 9월께부터 정책자금 공급을 축소하고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한 번 고삐가 풀린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86조11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 말(682조3294억원)과 비교해 한 달 사이 3조6825억원(0.5%) 증가한 규모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5월(677조6122억원)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율(0.5%)은 최근 6개월 중 가장 높았다.가계대출이 확대된 가장 큰 원인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21조2264억원으로 전월 말(517조8588억원) 대비 3조3676억원(0.7%)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분(3조6825억원)의 91.4%를 주담대가 차지한 셈이다. 주담대 역시 지난 5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했다. 전월 말과 비교한 지난달 주담대 증가율은 최근 6개월 사이 가장 높았다.

주담대가 급격히 확대되는 원인으로는 정부의 정책실패가 꼽힌다. 특히 과도한 가계대출 확대를 막기 위한 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예외규정이 너무 많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지난 9월 26일까지 소득과 관계없이 대출을 내줬던 정책금융상품 '특례보금자리론'에 DSR이 적용되지 않은 점이 대표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 쪽에 (가계부채 증가율이) 좀 밑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좀 더 강화된 DSR이라든지 규제정책을 하자고 계속 건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가계대출 문제가 심화하자 금융당국도 지난 9월 27일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소득요건(부부 합산 1억원)을 신설하고 일반형 공급을 중단하는 식으로 정책자금 축소에 나섰다. 또 은행들을 향해 50년 만기 주담대 공급 중단을 압박하기도 했다. 은행들도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중단하고, 주담대 등 대출 금리를 일제히 인상하는 식으로 정부 요구를 따랐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대책에도 지난달 가계대출과 주담대 증가율이 지난 6개월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정부의 대책에 대한 '뒷북' '맹탕'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집계된 5대 은행 가계대출의 또 다른 큰 특징은 신용대출이 23개월 만에 반등했다는 점이다. 신용대출은 한국은행의 고금리 기조에 따라 2021년 12월 이후 지난 9월까지 22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엔 국내외 채권금리 급등으로 인한 시장금리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신용대출이 지난 9월과 비교해 한 달 만에 6015억원 증가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