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엔저에 日증시 랠리…환투자 나선 일학개미는 '울상'

사진=연합뉴스
일본 증시가 역대급 엔저 현상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엔화 가치가 오를 것으로 보고 '엔테크'에 나선 일학개미는 손실을 키우고 있다.

2일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0% 상승한 3만1949.89에 거래를 마쳤다. 니케이225 지수는 올해 초 대비 22.44% 오르며 글로벌 증시에서 돋보이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본 증시 상승은 '슈퍼 엔저' 현상이 기폭제가 됐다. 올해 초 엔화는 달러당 120~130엔 수준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150엔을 돌파했다. 1990년 이후 32년만에 엔화 가치가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것이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일본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실제 일본의 대표 수출기업인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회계연도 연결순이익이 지난해보다 61.1% 증가한 3조9500억엔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도요타 주가는 최근 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연초부터 이날까지 상승률은 36.02%에 달한다.

반면 엔화 상품을 산 투자자는 울상을 짓고 있다. 엔화 가치가 바닥권에 접근했다고 보고 엔화 ETF를 사들였지만 엔화 가치가 계속 하락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는 연초부터 이날까지 'TIGER 일본엔선물 ETF'를 850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누적 수익률은 -6.99%에 그치고 있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미국 장기채 ETF에 투자한 투자자 손실은 더 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들은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ETF'를 3억4813만달러(약 4675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엔화가 오를 때 발생하는 환차익과 미국채 가격 상승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엔화 가치가 내림세를 이어간데다 미국 장기채 금리도 5%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오르며 이중고에 놓이게 됐다. 연초 대비 수익률은 -21.85%지만 엔화 환차손까지 반영한다면 손실율은 더 크다.

금융권에서는 엔화 반등의 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일본은행(BOJ)의 금융완화정책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지난달 31일 BOJ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를 0%대로 유도하는 완화정책을 당분간 이어갈 계획임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10년물 금리 상단을 1.5%로 높이는 긴축을 기대했으나 이에 미치지 못했다. 실제 이같은 결과가 나온 뒤 엔·달러 환율은 장중 151.74엔까지 치솟았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는 적어도 내년 2분기 이후 글로벌 경기의 연착륙 여부를 확인한 뒤에야 이뤄질 것"이라며 "엔·달러는 연말까지 147~152엔 범위에서 등락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