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CVC도 상장 포기…바짝 말라가는 유럽 IPO 시장

FT "시장 환경 불확실성 커…내년으로 연기"
1610억유로(약 229조원) 규모의 자금을 굴리는 유럽 사모펀드 CVC캐피털파트너스(이하 CVC)가 상장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경기 침체로 기업공개(IPO)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열린 고위 경영진 회의에서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애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증권거래소 상장 계획을 공식화할 예정이었다. 소식통들은 “이미 상장된 동종업체인 EQT파트너스와 블랙스톤의 실적 부진, 중동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한 소식통은 “시장 상황이 조성되지 않았다”며 “중력을 거스를 순 없다”고 말했다. 최근 몇 주 새 유럽에선 프랑스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업체 플라니스웨어, 독일 방산기업 렌크와 통행료 지불 서비스 제공 업체 DKB모빌리티 등 기업들이 상장 계획을 늦추거나 아예 취소하는 사례가 다수 있었다. 유럽 IPO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최악으로 후퇴했다는 평가다.

이번 결정은 CVC에 타격이 될 전망이다. 2022년에도 한 차례 IPO를 시도했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미뤘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IPO로 조달한 자금을 활용, 인수‧합병(M&A) 활동을 활발하게 펼쳐 온 EQT파트너스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PEF 업계 자체의 상황도 이미 좋지 않다. 주요국들의 연이은 금리 인상에 따른 기업 가치 하락으로 투자 자금 회수가 한층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시장 환경이 개선되면 이른 시일 내로 IPO 작업에 전념할 것”이라는 게 CVC 측의 입장이다. 이 회사는 그간 상장 준비 과정에서 부동산‧인프라 등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데 힘써 왔다. 2021년에는 PEF 지분 매입 전문 회사인 글렌다워캐피털을 인수했고, 올해는 네덜란드계 DIF캐피털파트너스의 지분 대부분을 매입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