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해고 목격했어요"…스타트업 직원 만족도 하락한 까닭 [긱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창업자들은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100점 만점에 46.5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엔 같은 설문에서 79점, 2022년엔 53.7점이었다. 2014년 첫 조사 이후 50점을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트업 재직자들의 만족도도 전만적으로 낮아졌다. 재작자의 42.0%가 만족한다고 답해 전년(49.2%)보다 7.2%포인트 내렸다. 한 스타트업 재직자는 "일부 스타트업은 괜찮을지 몰라도 80%는 불공정, 혁신 소멸 등으로 1~2년 안에 없어진다"고 했다. 또 다른 재직자는 "최근 시장 상황이 어려워 대량 권고 사직을 보고난 후엔 스타트업 재직을 추천하기 어렵다"고 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점수 2년만에 79점→46점

2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는 이같은 조사 결과를 담은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3'을 공개했다. 창업자 200명, 대기업 재직자 250명, 스타트업 재직자 250명, 취업준비생 200명이 해당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지난 9월5일부터 13일까지 총 9일간 오픈서베이와 리멤버를 통해 진행됐다. 2014년부터 매년 진행돼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 분위기에 대한 창업자 설문. @스타트업트렌드리포트2023
스타트업 생태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평가한 점수 46.5점(2023년)은 '요즘 스타트업 분위기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점입니까'를 창업자 200명에게 질문해 받은 답을 평균낸 것이다. 지난해 조사(53.7점)보다 7.2점 하락해 많은 창업자들이 최근 스타트업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창업자들은 "투자도 위축되고 스타트업에 고급인력이 떠나고 있다" "수치 위주의 투자집행으로 초기 투자유치가 어렵다" "으쌰으쌰하던 분위기가 상당히 위축돼있다"고 답했다.

창업자 10명 중 8명(76.5%)은 지난해 대비 올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위축됐다고 체감했다. 이유로는 벤처캐피널의 미온적인 투자를 꼽은 창업자가 많았다. 창업자 중 63%는 실제로 지난해 대비 투자 유치가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내년 전망도 부정적이었다. 창업자 45%는 내년도 스타트업 분위기에 대해 ‘변화가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30%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긍정적인 변화를 예상한 비율은 24%였다. 투자 유치시 어려움으로는 '회사 가치(밸류에이션) 산정'을 꼽은 창업자(38%)가 많았다. 제품 및 서비스 이해시키고 설득시키기(26%), 투자자에 대한 정보파악(14%), 투자 조건 협의(9%) 순이었다. 혹한기 대책으론 매출 다각화(54%), 수익성 개선을 위해 흑자사업에 집중(51%), 비용 절감(46%), 정부지원사업 추진(43%) 등이 꼽혔다.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관련 정부의 시급한 개선 과제로 '각종 규제 완화' 요구가 증가했다. 완화가 시급한 규제로는 '개인정보보호법' '금융 규제' '의료법 개선' '샌드박스 관련 규제' 등이 꼽혔다. 한 창업자는 "정부 사업을 준비할 때 서류 준비에 시간이 들고 사업 진행과정에서도 별도의 인력을 투입해 과정 관리를 해야 공무원들이 요구하는 문서를 만들 수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창업자는 "샌드박스에서 새로운 사업을 도전할 수 있는 혜택을 받은 기업은 극소수"라고 지적했다.

일본 최대의 VC인 글로벌브레인의 이경훈 한국 대표는 "스타트업들이 흑자에 대한 압박을 많이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스타트업은 성장이 중요한데 안정이 보다 우선시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도 든다. 투자 시장이 어렵고, 런웨이가 별로 안 남았을 때 불안감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재직자 만족도 낮아져

스타트업 재직자들의 만족도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스타트업 재직자 250명을 설문한 결과 31.2%만이 스타트업 근무를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전년보다 3.6%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비추천한다는 답변은 전년 10.4%에서 15.2%로 비율이 높아졌다.
스타트업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스타트업 재직자 설문. @스타트업트렌드리포트2023
스타트업 근무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로는 리스크, 불안정성, 불확실성(52.3%)이 꼽혔다. 한 재직자는 "일부 스타트업은 괜찮을지 몰라도 나머지 80%는 불공정, 혁신 소멸 등으로 1~2년 안에 없어진다"고 했다. 또 다른 재직자는 "최근 시장 상황이 어려워 대량 권고 사직을 보고난 후엔 추천이 어렵다"고 했다. 조직문화와 분위기의 한계를 언급한 재직자(41.9%)도 많았다. 한 재직자는 "상관없는 업무가 주어진다", 또 다른 재직자는 "대기업에 비해 보고 배울 수 있는 선배가 적고 급여 또한 대기업보다 낮다"고 했다.

엑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는 "플랫폼 기업의 경우 빨리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하니까 과거에 전문성이나 능력과 관계없이 인력을 많이 뽑기도 했지만 그 경쟁이 끝나면서(본질가치 경쟁으로 전환) 인원감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전반적인 근무 만족도는 스타트업 재직자의 42.0%가 만족한다고 답해 전년보다 7.2%포인트 낮아졌다. 자율적,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워라밸엔 만족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낮은 재정적 보상, 불안정한 조직의 비전과 전략, 낮은 기업 인지도 등은 불만적 요인으로 꼽혔다.

향후 이직 희망 조직으로는 높은 재정적 보상이 가능하고 복지 혜택이 좋은 대기업을 선호했다. 스타트업 재직자의 31.6%는 향후 이직 희망 조직으로 대기업을 꼽았고, 중견기업 16.8%, 스타트업 16.0% 순이었다.

창업 의향 확 꺾였다

창업을 고려하는 사람들도 줄었다. 스타트업 재직자 설문에서 최근 1년 내 창업을 준비하거나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의 비율인 창업 고려율은 전년 58.0%에서 올해 47.2%로 줄었다. 작년보다 10.8%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대기업 재직자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별도 설문에서도 창업 고려율은 작년 54.0%에서 올해 52.8%로 떨어졌다. 대기업 직장인의 스타트업 이직 고려율도 18.8%로 작년보다 6.0% 감소했다.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는 '조직의 비전및 전략이 불안정할 것 같아서(41.4%)'를 꼽은 대기업 재직자가 많았다.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별도 설문에서도 창업 고려율은 51.0%에서 45.5%로 하락했다.
창업 고려 여부에 대한 취업준비생 설문. @스타트업트렌드리포트2023
류중희 대표는 "경기를 고려하는 예비창업자는 사실 창업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과거 통계를 보면 위기 때 창업한 사람이 잘 된다는 결과가 있다. '또라이 창업자' '진성 창업자'만 이 떄 창업해서 오히려 성공을 더 많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 한가지 더

해외시장 진출 어려움은 "비즈니스 네트워크 확보"

스타트업 창업자의 22.5%는 현재 해외 시장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진출했거나 진출을 고려 중인 지역으로는 동남아 56%, 북미권 51%, 일본 39%, 유럽 31% 순(중복 응답 허용)이었다. 해외 진출을 위해 준비하는 부분으로는 현지 법인, 지사 설립이 28.9%, 현지 VC 투자 유치가 17.6%, 정부 기관의 글로벌 진출 사업 지원 16.2% 순이었다.

해외 진출 시 어려움 요소로는 비즈니스 네트워크 및 파트너십 확보를 꼽은 사람(64.3%)이 많았다. 현지 시장 정보 파악(50%), 유통망, 판로 개척 및 확보(41.6%), 해외 투자금 및 자금확보(37%), 현지 법률 및 정책 파악(31.2%) 순이었다. 한 딥테크 스타트업 창업자는 "국내 레퍼런스만 있는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해외 파트너를 구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신뢰를 쌓기까지 어려움이 컸다"고 했다. 또 다른 모빌리티 스타트업 창업자는 "인력도 자금도 부족해 현지 전문가를 채용할 수가 없다"고 했다. 자금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은 곳들이 많았다. 한 창업가는 "해외에서 굳이 리스크가 큰 한국의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는 게 기본 기조다. 해당 나라의 인력이 C레벨에 포함돼있지 않다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또 다른 창업자는 "온라인 미팅의 한계점을 극복해야 한다. 해외 바이어의 적극성이 있어야 계약 체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인이지만 한국에 법인이 없고 인도에서 창업을 했다는 이유로 일반적인 정부지원사업에 지원조차 할 수 없었다"고 토로한 창업자도 있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