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명절 외식 문화의 변화

황성윤 이랜드이츠 대표
황성윤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 현장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매장 몇 곳을 방문했다. ‘명절이니까 당연히 가족들과 집에서 시간을 보낼 텐데 매장이 텅 비어 있으면 어떡하나’ 걱정됐다. 그러나 매장은 만석이었고, 밖에서 대기하는 고객들의 줄도 길었다. 오히려 평소 주말보다 더 많은 고객이 붐비는 것을 보고 필자뿐 아니라 직원들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3대 가족 예닐곱 명이 함께 방문한 고객이 눈에 띄었다. 백발이 무성한 60~70대 부모님과 30~40대 자녀, 손주 등이 함께 즐거운 대화를 하며 식사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가족 모임을 주최한 40대 여성 고객이 남편에게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집에서 모여 식사하는 것보다 힘도 덜 들고, 훨씬 편하고 좋잖아. 오히려 이게 돈도 아낄 수 있고, 여자들도 편하고 얼마나 좋아.”연휴가 끝난 뒤 매장별 주요 고객층과 방문객 수를 확인해봤다. 올 추석 연휴 기간의 가족 단체손님 수는 코로나19 이전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이 수치를 확인한 뒤 명절의 가족 외식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명절에는 매장이 한산한 편이었다. 그래서 일부 매장은 명절 당일 직원들도 가족과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영업하지 않았다. 하지만 팬데믹을 겪으며 가족 모임이나 명절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고, 가족 모임 형태와 외식 문화도 달라진 것이다.

필자는 어릴 적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명절이 되면 친척들이 집안을 가득 채울 정도로 모인 기억이 있다. 외할머니는 명절마다 전을 부치고, 고기 및 생선 요리를 준비하느라 바쁘셨다. 친척들이 다 모이면 큰 상을 2개 펼쳐서 다양한 요리를 가득 담아 ‘집에서 즐기는 뷔페’를 함께 먹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필자와 초대받은 가족들은 즐겁고 행복했지만, 그 많은 음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힘들어 보였다. 그리고 항상 명절 뒤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몸살로 고생하신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명절에 외식을 선택하는 것은 외식기업을 운영하는 필자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트렌드지만 ‘집에서 모이는 식사 모임’이 사라지고 있는 듯해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얼마 전 기사에서 명절에 떨어져 있는 가족을 만나지 않고 해외여행 등 장기 휴가를 가겠다는 직장인이 20%, 가족 모임을 축소하겠다는 사람이 80%라는 내용을 봤다. 점차 간소화돼 가는 가족 모임과 식사 문화에서 외식기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가족들이 1년에 한두 번 모여 서로 안부를 묻고 편안한 식사를 할 수 있게 하려면 외식기업이 무엇을 해결해 나가면 좋을지 고민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