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한국 소는 걸려본 적 없는 전염병…축산농가 '비상'

럼피스킨병
방역당국이 지난달 29일 럼피스킨병 확진 판정을 받은 전남 무안의 한 축산 농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말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소 럼피스킨병(lumpy skin disease)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축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방역당국은 럼피스킨병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백신접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항체가 형성되는 기간을 고려하면 확진 사례는 당분간 더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확진 사례가 처음 보고된 것은 지난달 20일 충남 서산에서다. 이후 열흘 동안 경기, 인천, 충북, 강원, 전북 등에서 럼피스킨병에 걸린 소가 연이어 발견됐다. 지금까지 수천 마리의 소가 살처분됐다.

소 번식·우유 생산 차질… 사람은 감염 안 돼

럼피스킨병은 혹투성이(lumpy)와 피부(skin)를 의미하는 병명에서 알 수 있듯, 지름 2~5cm의 단단한 혹이 여기저기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럼피스킨병에 걸린 소는 고열에 시달리면서 번식에 문제가 생기고, 젖소는 우유 생산량도 줄어든다. 폐사율은 10% 이하로 알려져 있다. 확산 시 경제적 손실이 상당한 탓에 국내에서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럼피스킨병은 1929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처음 확인됐으며, 10년 전부터 동유럽과 러시아 등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4년 전부터는 중국, 네팔, 파키스탄,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국가로도 확산했다. “이러다가 한국에도 상륙할 수 있다”는 걱정이 많았는데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인도에서는 200만 두가 넘는 소가 럼피스킨병에 감염돼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 병은 모기와 같은 흡혈 곤충을 통해 전파되는데, 주변국에서 건초더미 등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모기가 섞여 들어왔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공기를 통해 전파된 사례는 보고된 적이 없으며, 사람에게도 전염되지 않는다.

한우와 젖소 사육 농가들은 최근 한우 가격이 공급과잉으로 인해 하락하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피부가 울퉁불퉁해진 소의 이미지가 대중에 각인돼버리면 소고기나 우유의 소비가 급감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명품 한우의 고장’으로 유명한 강원도 횡성군에서 기르던 소가 럼피스킨병 확진 판정을 받은 한 농장주는 “최종 양성 통보를 받고 나니 막막하다”라며 “재검사를 요청해볼 생각이지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라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올 들어 국내 농장에서 가축전염병 발생이 잇따르며 축산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연초에도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AI)가 예년처럼 유행했고, 봄에는 4년여 만에 구제역이 발생한 데 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범위도 넓어졌다.

확산이냐 진압이냐 기로… 정부 “10일까지 접종 완료”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정부는 400만 두분의 럼피스킨병 백신을 긴급 도입해 전국 모든 소에 대해 이달 10일까지 백신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항체는 접종 후 최대 3주가 지나서 형성된다. 당국은 백신접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이달 중 럼피스킨병 확산세가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