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진출 대만인 '귀향투표' 움직임에 대만 "中, 선거개입 말라"

中대만기업연합회 항공권 공동구매…대체로 친중성향이라 대만 당국 촉각

중국에 진출한 '친중 성향'의 대만인들이 내년 1월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 투표를 위해 집단 귀향을 추진, 선거의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3일 중앙통신사 등 대만 매체에 따르면 최근 중국 본토의 대만 기업인들 사이에 대만으로 가는 항공권 공동 구매가 추진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진출 대만 기업들의 조직인 '중국 대륙 전국 대만기업 연합회'는 지난달 20일 '대만 동포 귀향단 항공권 단체 구매' 방안을 발표했다.

연합회는 "많은 회원과 중국 내 대만 기업인들의 강렬한 요구에 부응하고, 대만 동포들이 내년 초 대만 선거와 춘제(春節·중국의 설) 기간 원활하게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을 오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중국·대만 항공사들과 협상을 벌여 항공권을 공동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항공권 공동 구매에는 중국 10개 항공사가 참여했으며 중국 내 대만인들을 대상으로 가격 할인 등 판촉 활동에 나섰다고 중앙통신사가 전했다.

중국에 진출한 대만 기업인들은 대체로 친중 성향이 강하고, 양안 갈등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들의 집단적인 총통 선거 참여는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진당은 대만 독립을 지향하며 미국과 군사·경제적으로 밀착하고, 중국과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성향을 보인다.

중국이 대만 총통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온 대만 당국은 이같은 집단 귀향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대만의 반관반민(半官半民) 단체인 해협교류기금회(이하 해기회)의 차이멍쥔 부비서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항공권 공동 구매는 대만기업연합회가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시장의 비즈니스 메커니즘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대만 선거에 개입하는 어떠한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의 개입은 대만의 성숙한 민주적인 선거에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견제했다.

이어 "대만 사회에는 중국이 대만 선거 개입을 원치 않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해기회는 지난달 16일에도 중국 당국이 중국 내 대만 기업인들을 볼모로 잡고 대만 총통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해기회가 중국 본토와 인접한 섬인 진먼다오에서 개최한 중국 내 대만 기업인들의 대만 투자 시찰 행사에 불참하도록 중국 각지의 대만사무판공실이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대만 매체들은 대만 기업들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유도하기 위해 연 이 행사에 일부 대만 기업들이 중국의 보복을 우려해 불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대만 총통 선거는 내년 1월 13일 입법위원 선거와 함께 치러지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1위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야당 후보들이 단일화하면 라이 후보를 앞설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가운데 제1야당인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와 제2야당 민중당 커윈저 후보가 단일화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