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우파·민족주의 연정' 전망…"15일前 협상완료 기대"

국민당·액트당 연합, 과반 실패…'뉴질랜드 트럼프' 이끄는 민족주의 우익정당과 연대
지난달 14일 치러진 뉴질랜드 총선 최종 개표 결과 1당이 된 국민당과 연립정부 상대인 액트당이 과반에는 실패, 정부 구성을 위해 민족주의 정당의 지지가 필요하게 됐다. 뉴질랜드 선거관리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재외국민투표와 부재자투표 등 특별투표를 포함한 2023년 총선 최종 개표 결과, 국민당이 48석을 차지해 1당에 올랐다고 밝혔다.

또 노동당은 34석, 녹색당은 15석, 액트당은 11석, 뉴질랜드 제일당은 8석, 뉴질랜드 마오리당은 6석을 차지했다.

뉴질랜드 국회는 총 120석을 기본으로 하지만 정당 득표율에 따라 당선자 수가 결정되는 혼합비례대표제여서 전체 의석수도 달라진다. 이번 선거에서는 총 122석이 만들어졌다.

개표 결과 중도 보수 연합인 국민당과 액트당은 전체 122석 중 59석을 얻는 데 그쳐 과반 확보에 실패, 우익 성향의 민족주의 정당인 뉴질랜드 제일당 지지가 필요하게 됐다.

크리스토퍼 럭슨 국민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예상했던 결과라며 지난달 선거 이후 액트당은 물론 뉴질랜드 제일당과도 연정 구성에 대해 논의해 왔다고 밝혔다. 럭슨 대표는 언제 정부가 구성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총리로 참석하길 희망한다면서도 "솔직히 우리가 해결해야 할 준비가 복잡하기 때문에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법에 따르면 뉴질랜드 의회는 공식 선거 결과 후 6주 이내에 새로 소집돼야 하지만, 정부 구성 시기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는 "3당 대표 모두 건설적이고 가능한 한 빨리 협상을 진행하려는 선의와 진심이 있다"며 "우리는 최고 속도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시모어 액트당 대표도 일주일 이내에 정부 구성 협상이 완료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 구성의 키를 쥐게 된 뉴질랜드 제일당의 윈스턴 피터스 대표는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면서도 "어리석게 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3명의 대표가 모두 적절한 지점에서 타협해야 한다며 "우리는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없으며 더 나은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언론은 피터스 대표가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 것으로 보여 협상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78세인 피터스 대표는 1979년 처음 정계에 입문해 이번 당선으로 15번째 의원직을 맡게 됐다.

이미 부총리와 외교부 장관 등을 두루 거친 뉴질랜드 정치계의 가장 경험 많은 인물이다.

그는 1993년 국민당에서 나와 뉴질랜드 제일당을 창당, 자국 우선주의의 민족주의 포퓰리즘 성향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런 스타일 때문에 '뉴질랜드의 도널드 트럼프'로도 불린다.

2017년 총선에서는 예상과 달리 의석수 2위에 그쳤던 노동당과 손을 잡으면서 당시 37세이던 저신다 아던 노동당 대표를 뉴질랜드 역사상 최연소 총리에 앉히는 핵심 역할을 했다.

지난 총선에서는 5% 득표를 못 해 의회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번엔 8석을 얻으며 재입성, 또다시 '킹메이커' 역할을 맡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정권을 내주게 된 크리스 힙킨스 총리는 "강력한 야당이 되겠다"며 "앞으로 3년 동안 더 많은 뉴질랜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 패배에도 노동당 대표직을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