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유럽 무대 빛낸 연광철… "'고향의 봄'으로 제 안의 한국인 깨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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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연광철(사진·58)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성악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30년 이상 유럽의 유명 오페라 극장에서 주연을 맡았고,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활약하며 '최고의 바그너 가수'로 인정 받았다. 우리나라의 인간문화재와 유사한 독일 '궁정 가수'(캄머쟁어) 칭호도 받았다.
세계 무대를 빛내던 그가 세월을 거슬러 충청도 시골 소년으로 돌아갔다. 3일 공식 발매한 그의 첫 한국가곡 음반 '고향의 봄'을 통해서다. 이번 음반에서 그는 화려한 오케스트라도, 반짝이는 조명도 없이 오롯이 한 명의 한국인으로서 소박한 한국 정취를 노래했다. 피아노 반주는 신박 듀오로 알려진 피아니스트 신미정이 참여했다. 이날 서울 압구정동 풍월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광철은 "외국에서는 이방인으로서 그들의 음악을 노래했지만 우리 가곡을 부르니 온전히 제 것을 부르는 느낌"이라며 "한국가곡 제의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인데, 앞으로 (한국 가곡을) 더 해석하고 연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서 활동하며 그들의 음악, 정서, 문화를 이해하고 노력했습니다. 한국 가곡을 부를때는 특별한 노력없이도 와 닿더군요. 할머니의 손길, 시골길의 정취, 따뜻한 집밥…. 이번 작업을 통해 '내가 한국인이구나'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 이번 음반은 전문 음반사가 아닌 풍월당에서 제작하고 발매했다. 풍월당은 2003년 클래식 전문 음반매장으로 시작해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 풍월당이 이번 프로젝트에 직접 나서게 된 건 대중적 수요가 없는 한국 가곡을 발매하겠다는 음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종호 풍월당 대표는 "1970~80년대 이후로 한국 가곡은 소멸해 가고 있는데 이를 살려야겠다는 책임감이 있었다"며 "풍월당 20주년을 맞이한 만큼, 한국 음악계에 의미있는 작업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은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이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연광철의 목소리뿐 아니라 단색화로 한국의 정서를 알린 고(故) 박서보 화백의 '묘법 No.980308'이 음반 표지로 들어갔다. 박 화백이 이번 프로젝트에 후원하게 된 계기는 그의 아들을 통해서다. 풍월당 단골인 박 화백의 아들을 통해 인연이 닿아 박 화백에게 후원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박 화백은 기획 취지를 듣고 흔쾌히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녹음 작업은 한국을 대표하는 톤마이스터 최진 감독이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진행했다. 통영국제음악당은 국내 최고의 음향 시설로 꼽히는 곳이다. 음반에 수록된 가사는 영어, 일어, 독일어 3개 국어로 번역해 음반에 함께 담았다. 영어의 정새벽, 일어의 요시카와 나기, 독일어의 박술 등 최고 권위의 번역가들이 우리 고유의 정서를 생생히 옮겼다. 음반에는 고향의 봄, 비목, 청산에 살리라, 그대 있음에 등 1920년대부터 1970년대를 아우르는 가곡 18곡이 담겼다. 수록곡 중 하나인 홍난파의 '고향의 봄'은 피아노 반주조차 없는 무반주로 녹음됐다. 고향의 봄은 피아노 파트가 정확히 작곡되지 않은 만큼 선율을 그대로 부르는 것이 노래의 '참맛'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열세살까지 저는 전기도 안 들어오는 충정도 시골 마을에 살았거든요. 그래서 고향의 봄을 부를 때 제가 자랐던 곳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오고 목이 메이는 부분이 많습니다. 성악가로서 그 단계를 극복해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세계 무대를 빛내던 그가 세월을 거슬러 충청도 시골 소년으로 돌아갔다. 3일 공식 발매한 그의 첫 한국가곡 음반 '고향의 봄'을 통해서다. 이번 음반에서 그는 화려한 오케스트라도, 반짝이는 조명도 없이 오롯이 한 명의 한국인으로서 소박한 한국 정취를 노래했다. 피아노 반주는 신박 듀오로 알려진 피아니스트 신미정이 참여했다. 이날 서울 압구정동 풍월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광철은 "외국에서는 이방인으로서 그들의 음악을 노래했지만 우리 가곡을 부르니 온전히 제 것을 부르는 느낌"이라며 "한국가곡 제의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인데, 앞으로 (한국 가곡을) 더 해석하고 연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서 활동하며 그들의 음악, 정서, 문화를 이해하고 노력했습니다. 한국 가곡을 부를때는 특별한 노력없이도 와 닿더군요. 할머니의 손길, 시골길의 정취, 따뜻한 집밥…. 이번 작업을 통해 '내가 한국인이구나'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 이번 음반은 전문 음반사가 아닌 풍월당에서 제작하고 발매했다. 풍월당은 2003년 클래식 전문 음반매장으로 시작해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 풍월당이 이번 프로젝트에 직접 나서게 된 건 대중적 수요가 없는 한국 가곡을 발매하겠다는 음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종호 풍월당 대표는 "1970~80년대 이후로 한국 가곡은 소멸해 가고 있는데 이를 살려야겠다는 책임감이 있었다"며 "풍월당 20주년을 맞이한 만큼, 한국 음악계에 의미있는 작업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은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이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연광철의 목소리뿐 아니라 단색화로 한국의 정서를 알린 고(故) 박서보 화백의 '묘법 No.980308'이 음반 표지로 들어갔다. 박 화백이 이번 프로젝트에 후원하게 된 계기는 그의 아들을 통해서다. 풍월당 단골인 박 화백의 아들을 통해 인연이 닿아 박 화백에게 후원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박 화백은 기획 취지를 듣고 흔쾌히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녹음 작업은 한국을 대표하는 톤마이스터 최진 감독이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진행했다. 통영국제음악당은 국내 최고의 음향 시설로 꼽히는 곳이다. 음반에 수록된 가사는 영어, 일어, 독일어 3개 국어로 번역해 음반에 함께 담았다. 영어의 정새벽, 일어의 요시카와 나기, 독일어의 박술 등 최고 권위의 번역가들이 우리 고유의 정서를 생생히 옮겼다. 음반에는 고향의 봄, 비목, 청산에 살리라, 그대 있음에 등 1920년대부터 1970년대를 아우르는 가곡 18곡이 담겼다. 수록곡 중 하나인 홍난파의 '고향의 봄'은 피아노 반주조차 없는 무반주로 녹음됐다. 고향의 봄은 피아노 파트가 정확히 작곡되지 않은 만큼 선율을 그대로 부르는 것이 노래의 '참맛'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열세살까지 저는 전기도 안 들어오는 충정도 시골 마을에 살았거든요. 그래서 고향의 봄을 부를 때 제가 자랐던 곳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오고 목이 메이는 부분이 많습니다. 성악가로서 그 단계를 극복해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