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성지' 된 성수동…주민들은 "시끄러워 못살겠다"
입력
수정
지면A17
공장 철거로 한시름 놨더니서울 성수동 옛 삼표레미콘 부지에 임시로 들어선 대형 K팝 공연장이 지역주민들의 민원 거리가 됐다. 밤마다 발생하는 소음과 빛 공해를 견디지 못한 주민들이 시설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주야간 공연장 소음·진동에
"시설 철거해 달라" 민원 봇물
3일 성동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5일부터 야외 공연이 연달아 열린 나흘간 주민들은 133건의 소음 관련 민원을 구청에 신고했다. 서울시 민원포털 ‘상상대로 서울’에 글을 올린 임모씨는 “응봉산 근처에 사는데 아침부터 밤까지 지속된 소음과 진동 탓에 휴일에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장모씨는 “성수동은 안 그래도 카페 등이 많아서 소음이 심한데 공연으로 인해 야간 소음이 더 심해졌다”며 “아이들 키우는 입장에서 너무 불편하다”고 올렸다.소음의 발원지로 지목된 곳은 지하철 수인분당선 서울숲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는 성수문화예술마당이다. 서울시가 2030년까지 국제업무단지를 조성하기로 한 금싸라기 땅이다. 착공까지 2년여의 시간이 남은 가운데 서울시, 성동구 그리고 삼표그룹은 이 부지(2만2924㎡)를 1만5000석 규모 K팝 야외공연장 겸 복합문화공간으로 당분간 활용하기로 지난 5월 합의했다.
성수문화예술마당에선 지난달 5일 개장식을 시작으로 6일 인기 K팝그룹 NCT127의 공연이 펼쳐졌다. 7~8일에는 자동차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피치스가 주최한 첫 복합 뮤직페스티벌피치스 ‘원 유니버스 페스티벌(OUF) 2023’(사진)이 진행됐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릴 우지 버트, 키드 커디, 런 디엠시를 비롯해 인기 K팝 아이돌그룹 에스파 등이 무대에 올랐다.
45년 동안 도심 한복판에 있던 레미콘공장을 이전하는 일은 주민 숙원 사업이었다. 먼지와 소음에 시달린 주민들은 2015년부터 위원회를 구성해 공장 이전을 촉구했고, 2017년 공장 철거를 확정했다. 서울시 등은 삼표레미콘 부지를 시민을 위한 문화·여가활동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계획을 세웠다. 대규모 공연은 그 결과물이다.구청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일부 소음이 발생하는 공연은 10m 방음벽을 설치하는 등 소음진동관리법 준수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이달 중순 예정된 '2023 푸에르자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 공연은 실내에서 운영한다”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