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조각가] 쇠락한 英탄광도시를 조각상으로 일으키다…앤터니 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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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배경으로도 잘 알려진 영국 잉글랜드 게이츠헤드. 이곳 로펠 언덕엔 높이 22m, 무게 209t의 거대한 조형물이 있다. 천사가 날개를 펼친 채 푸른 언덕을 굽어보고 있는 듯한 모습의 조각상이다. 이름은 ‘북방의 천사’. 처음엔 주민들 사이에 흉물이라며 반대가 만만찮았지만, 이 조각상으로 쇠락한 탄광도시였던 게이츠헤드는 관광 명소가 됐다.
조각상을 제작한 이는 영국 예술가 앤터니 곰리(73)다. 그는 인체가 주변 환경과 맺는 관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조각한다. 그의 작품세계 뒤엔 독특한 이력이 있다. 1968년 케임브리지 트리니티칼리지에 입학해 고고학과 인류학,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인도와 스리랑카로 넘어간 후에는 불교에 심취했다. 영국으로 돌아온 뒤에야 비로소 런던 골드스미스칼리지와 슬레이드 미술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했다.곰리는 작품이 설치되는 공간과 함께 호흡한다. 2003년 중국 광저우에선 지역민과 함께 1만2000개의 소형 점토상을 제작했고, 2012년엔 해발 2000m에 달하는 오스트리아 산악지대에 인체 조각상 100개를 설치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조명했다. 내년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 곰리가 만든 ‘바다의 미술관’이 문을 연다. 신안군이 추진하는 ‘1도 1뮤지엄’ 사업의 일환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