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소상공인 저금리 융자 꺼낸 尹…당국, 5대 금융회장 긴급 소집

"소상공인 특단대책"

'상생금융 시즌2' 나오나
대출금리 인하·원금상환 유예 등
경쟁적으로 지원안 내놓을 듯
윤석열 대통령이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서 격려사를 마치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고금리 사업자대출을 연 4% 수준 저금리로 바꿔주는 대환대출과 저금리 융자자금 4조원 지원 등 소상공인 금융 부담 경감 대책을 꺼내면서 금융권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윤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해 서민금융 지원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금리로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뒀다는 지적을 받아온 5대 금융지주도 은행을 중심으로 대출금리 인하와 원금 상환 유예 조치 등 상생금융 방안 마련에 나섰다. 금융권에선 올해 초에 이어 ‘상생금융 시즌2’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금융 재원 확대 가닥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16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 상생금융 간담회를 연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로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금융 부담이 커지고 있어 금융지주가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연 2.88~4.45% 수준이던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올해 3분기 연 5.09~5.97%로 최저금리가 연 5%를 넘어섰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뛰고 있지만 경기 침체로 급전이 필요한 서민이 늘면서 지난달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6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이번 금융지주 간담회에선 고금리 등 일회성 요인으로 늘어난 은행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횡재세’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금융권에선 보고 있다. 5대 은행이 올 3분기까지 거둔 이자이익은 사상 최대인 30조9366억원에 달했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 이탈과 이중과세 논란 야기 등 횡재세 부작용을 감안해 은행이 서민금융 재원 출연 등 사회공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가계대출 잔액의 0.03%인 은행들의 서민금융 출연료율을 인상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단에 이어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업권별 최고경영자(CEO)들과도 만나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금융위는 연말께 서민금융 상품 확대 등을 담은 서민금융지원 종합방안도 발표할 계획이다. 매년 내놓는 서민금융 공급 계획에 지원 대상과 한도 등을 늘리는 상생 방안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생계비대출과 연체 채무자 추심 부담 완화 등도 추진한다.

○신한·우리금융도 지원안 내주 발표

5대 금융도 은행을 중심으로 소상공인 금융지원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날 가장 먼저 개인사업자 고객 30만 명에게 이자 캐시백과 에너지생활비, 통신요금 등 1000억원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전월 낸 이자를 다달이 돌려주는 이자 캐시백은 △코로나19 원금·이자 상환 유예 고객 2500명(40억원) △제조업 자영업자 고객 2만1000명(210억원) △희망플러스 대출 고객 3만2000명(115억원) △지역 신용보증재단 보증 신규 대출 고객 6만 명(300억원)이 대상이다. 서민금융상품 고객 등 금융취약 자영업자에겐 1인당 최대 20만원의 에너지생활비(300억원)를 지원한다. 소상공인 1인당 5만원(20억원)의 통신요금과 1인당 50만원(15억원)의 컨설팅비도 제공한다.신한금융도 진옥동 회장 주도로 다음주 초 발표를 목표로 신한은행 주요 부서가 참여하는 상생금융회의를 주말 동안 이어갈 방침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이날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모든 그룹사 대표를 긴급 소집해 기존 상생금융 정책의 신속한 실행과 함께 계열사별 취약계층 추가 지원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KB금융과 농협금융도 은행을 중심으로 소상공인 등 사회취약계층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

김보형/강현우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