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어 가을에도…젠지, 中 BLG에 또 졌다 [롤드컵 줌인]

부산 동래구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8강에서 중국리그 LPL 빌리빌리 게이밍(BLG)에게 패한 후 아쉬워 하고 있는 젠지 e스포츠 '쵸비' 정지훈 (제공=라이엇 게임즈)
한국 리그오브레전드 프로 리그 LCK의 선봉장인 1번 시드 젠지 e스포츠가 무너졌다. 젠지는 3일 부산 동래구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8강 경기에서 중국리그 2번 시드 빌리빌리 게이밍(BLG)에게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결국 패했다.

2주 만에 경기에 나선 젠지 선수들은 2세트를 내줬지만 실전 감각이 올라오면서 점점 ‘LCK 1황’ 다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긴장한 초반 1세트와 2세트를 연달아 내줬지만, 3세트 46분을 넘기는 혈투 끝에 승리하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4세트에도 승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하지만 5세트를 패하며 롤드컵 여정을 멈추게 됐다. 젠지는 지난 5월 2023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또 한 번 중요한 순간 BLG에게 패하며 ‘천적’임을 재확인했다.1세트와 2세트, 젠지가 2주 동안 ‘메타 파훼법’을 고안해왔으나 통하지 않은 것이 뼈아팠다. 젠지는 1, 2세트 밴픽에서 상대에게 현재 스위스 스테이지와 8강에서 메타픽으로 꼽히는 럼블, 자르반, 오리아나, 자야 등을 상대에게 내줬다. 대신 아펠리오스와 아지르를 뽑으며 이를 카운터 치는 전략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카운터 픽이 통하지 못하면서 2세트를 연달아 내줬다.
(제공=라이엇 게임즈)
3세트에 들어 젠지는 빠른 수정을 통해 수정된 밴픽을 내놨다. 3세트 젠지는 원거리 딜러 챔피언을 다수 금지했다. 자야와 아펠리오스 그리고 칼리스타를 닫고 카이사를 꺼내 들었다. 미드에서도 아지르가 아닌 요네를 꺼내들며 쵸비의 캐리력에 힘을 실었다. 4세트도 같은 답안지를 내밀었다. 젠지는 자야와 아펠리오스, 케이틀린을 밴하고 칼리스타를 역으로 꺼냈다. 미드에선 밴 당한 요네 대신 아칼리를 택하며 쵸비에게 또 한번 캐리형 챔피언을 쥐여 줬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바뀐 밴픽으로 힘이 빠진 BLG의 미드와 원거리 딜러와 달리 젠지의 ‘쵸비’ 정지훈과 ‘페이즈’ 김수환이 맹활약하며 중요한 한타마다 승리를 거뒀다. 긴장이 풀린 ‘딜라이트’ 유환중과 ‘피넛’ 한왕호의 환상적인 이니쉬에이팅도 팀의 승리에 큰 공헌을 했다. 빈에게 밀리던 도란도 아트록스, 럼블로 활약하며 ‘결자해지’에 성공했다.하지만 마지막 5세트 BLG에게 또 한번 럼블-자르반-오리아나 상체 조합을 내준 게 뼈아팠다. 세나-탐켄치로 바텀의 안정성까지 더한 BLG가 후반 오브젝트 한타 싸움에서 승리하며 내셔 남작(바론), 용 등 굵직한 이득을 모두 챙겨갔다. 이로써 4강에서 BLG와 웨이보 게이밍(WBG)의 대진이 완성되며 중국리그 LPL이 결승전 한자리를 먼저 꿰차게 됐다.

한편 LCK의 남은 두 팀인 KT 롤스터와 T1이 각각 오는 4일과 5일 중국리그 LPL 1번 시드 징동 게이밍(JDG)과 3번 시드 리닝 게이밍(LNG)과 8강 대결을 펼친다. 두 팀이 모두 패할 경우 지난 2018년처럼 한국에서 열린 롤드컵 4강에 한국 팀이 단 한 팀도 오르지 못하는 ‘악몽’이 재현되게 된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