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헤즈볼라에 대공무기 지원…'제2의 시리아 내전' 되나

이란 러시아는 하마스, 미국은 이스라엘 지원
"러, 이란의 드론공장 설립에 보답하는 차원"
美 국무장관 "러시아는 이스라엘 안보의 위협"
전직 바그너그룹 전투기 조종사들이 러시아 국가방위군 특수작전부대인 소브르 아흐마트에서 훈련하고 있다. /타스통신
러시아 용병 집단인 바그너그룹이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에 방공무기 지원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전개된 '시리아 내전'과 같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미 당국이 입수한 첩보를 인용해 바그너그룹이 헤즈볼라에 방공시스템인 SA-22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대공포와 지대공미사일을 탑재한 전차 형태인 이 무기는 판치르-S1으로 불린다. 러시아가 헤즈볼라에 무기를 제공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미국과 러시아, 이란 등이 개입해 대리전을 벌인 시리아 내전과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은 러시아와 이란, 헤즈볼라가 정부군을 지원하고 미국이 반군을 돕는 형태로 치러졌다. 헤즈볼라와 바그너그룹은 시리아 내전 당시에도 긴밀히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무기 제공이 이란의 공격용 드론 공장 설립에 대한 보답 차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올 초 양국은 이란 기술력을 바탕으로 러시아에 드론 공장을 설립하는 데 합의했다. 자폭 드론을 연 6000대 이상 만들어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하기 위해서다.

미 당국은 러시아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입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최근 미 상원 세출위원회에 출석해 "우리(미국)가 러시아의 전통적인 군사 공급 수단을 차단한 이후 러시아는 점점 더 이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라며 "그 대가로 러시아는 이란에 점점 더 발전된 군사 기술을 제공했으며, 이는 이스라엘의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하마스 국경뿐만 아니라 레바논 접경 지역에서도 충돌이 발생하는 가운데 헤즈볼라는 아직 참전 여부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사무총장은 3일 연설을 통해 관련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