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남은 T1, 또 한번 '中 북벌' 나선다 [롤드컵 줌인]

2023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LCK 팀 중 홀로 남은 T1의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 (제공=라이엇 게임즈)
홀로 남은 'LCK의 희망' T1은 부산의 굴욕을 막아낼 수 있을까? 지난 4일 KT 롤스터마저 중국 리그 LPL 징동 게이밍(JDG)에게 패하면서 이제 2023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무대에 한국 팀은 T1만이 남았다. T1은 5일(오늘) 오후 5시 부산 동래구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8강전에서 LPL 3번 시드 리닝 게이밍(LNG)과 대결을 벌인다.

만약 오늘 T1이 패한다면 지난 2018년에 이어 또 한 번 국내에서 열린 롤드컵 4강에 한국 팀이 전무한 ‘악몽’이 재현된다. 심지어 이번엔 네 자리가 모두 라이벌인 중국 팀으로 채워질지도 모른다. 2018년에는 유럽 리그 LEC 2팀, 북미 리그 LCS 1팀, 중국 리그 LPL에서 1팀이 4강에 올라 LPL의 인빅터스 게이밍(IG)이 우승을 차지했다.T1은 LCK를 위기에서 구할 영웅이 될 수 있을까? 다행히도 과거와 이번 대회 데이터는 희망적이다. T1은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롤드컵 무대에서 다전제를 기준으로 LPL 팀에게 패한 적이 없다. 중국을 상대로 ‘다전제 불패’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롤드컵에서도 T1은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빌리빌리 게이밍(BLG)을 세트 스코어 2 대 0으로 제압했다. 이번 대회에서 LCK 팀 중 유일하게 LPL 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또한 T1은 이미 지난해 2022 롤드컵에서 중국팀을 상대로 ‘북벌’에 성공한 적이 있다. 당시 T1은 그룹 스테이지에서 에드워드 게이밍(EDG)을 상대로 2승을 거뒀다. 이후 8강에선 로열 네버 기브 업(RNG)을 세트 스코어 3 대 0으로 꺾었고 4강에선 JDG를 3 대 1로 격파했다. 완벽한 ‘북벌’로 롤드컵 결승 무대를 ‘LCK 내전’으로 만들었다.
5일 부산 동래구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롤드컵 8강에서 T1과 맞붙는 중국리그 LPL 리닝 게이밍(LNG)의 미드 라이너 '스카웃' 이예찬 (제공=라이엇 게임즈)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젠지 e스포츠가 BLG에게 무너졌듯 T1 역시 LNG에게 패할 수 있다. LNG는 2023 LPL 여름 대회 플레이오프에서 BLG를 잡고 결승에 오른 강팀이다. LNG에는 지난 2021년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미드 라이너 ‘스카웃’ 이예찬이 속해 있다. 이외에도 ‘정글의 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정글러 ‘타잔’ 이승용,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2회 우승을 해낸 원거리 딜러 ‘갈라’ 천웨이 등 막강한 전력을 보유 중이다.양 팀 대결의 승부처는 미드 라인이 될 전망이다. T1의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과 LNG의 이예찬은 둘 다 롤드컵 우승을 경험한 베테랑이다. 이예찬은 지난 2015년 T1의 전신인 SK텔레콤 T1에서 이상혁과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라인전부터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 15분 골드 격차가 각각 367(이예찬), 257(이상혁)로 나란히 1, 2위를 기록 중이다.

주목할 챔피언은 오리아나와 사일러스다. 양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선호한 챔피언이다. 이상혁은 오리아나를 3번 사용해 2번 승리했고, 사일러스는 1승 0패를 기록 중이다. 이예찬은 두 챔피언으로 각각 1승 0패를 거뒀다. 두 선수가 베테랑인 만큼 다룰 수 있는 챔피언이 많다 보니 양 팀의 밴픽 고민이 더 깊을 것으로 보인다. 8강에 들어서 자주 등장하고 있는 아칼리나 아지르, 니코 등은 이상혁과 이예찬 모두 선호하는 카드다.

T1이 승리하기 위해선 미드와 정글의 호흡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LNG는 미드와 정글이 함께 움직이며 상황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예찬과 이승용의 킬 관여율은 76.4%와 75.5%로 유사하다. 이를 망치기 위해선 T1의 강점인 초반 설계를 활용해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오너’ 문현준의 킬 관여율은 무려 82.3%로 정글러 중 1위다. 첫번째 킬(퍼스트 블러드) 관여율도 80%에 달한다. 이상혁 역시 첫번째 킬 관여율이 40%로 미드 라이너 중 1위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