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이스라엘서 수천명 반정부 시위…"네타냐후 수감" 구호도

하마스 기습 관련 네타냐후 퇴진론 확산…인질문제 대응에 불만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서 관련 작전을 진두지휘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4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저녁 이스라엘 최대도시 텔아비브 시내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를 규탄하는 수천명 규모의 시위가 진행됐다.

시위대 수백명은 네타냐후 총리의 집 앞에서 "당장 수감하라"는 등 구호를 외치면서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이 중 한 명인 네타 친은 "그들(정부)은 우리를 배신했다"면서 "우리는 네타냐후를 치워버리기 위한 투표가 치러지길 원한다. 이 시위가 계속되고 더 커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이스라엘 국민의 무려 76%가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열린 것이다.

이스라엘 채널13 방송이 진행한 해당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4%는 전쟁이 끝나는 대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1천400여명의 민간인과 군인, 외국인을 살해하고 220여명을 납치한 사건과 관련해 책임이 가장 큰 사람을 묻는 말에는 44%가 네타냐후 총리를 지목했고, 군 지휘부의 책임을 거론한 이는 33%에 그쳤다.

지금껏 네타냐후 총리는 해당 사태에 대한 개인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초기의 충격이 가시면서 대중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가자지구에 붙들려 있는 인질들의 가족 다수는 정부의 대응에 매우 비판적이다"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실제 이날 텔아비브 시내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한 이들 중에는 하마스에 친지가 납치된 이들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인질이 된 가족의 사진을 내보이며 "어떤 비용을 치르든 인질을 석방하라", "그들을 당장 집으로 데려오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친오빠와 어린 조카들이 하마스에 납치됐다는 오프리 비바스-레비는 "우리는 그들이 어디 있는지,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모른다.

(각각 4살과 10살인) 조카들이 음식을 먹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분노를 토로했다.

가족 중 무려 5명이 인질이 됐다는 하다스 칼데론은 "지옥에 있는 느낌"이라며 "매일 같이 전쟁의 나날을 겪고 있다.

이것(시위)은 내 아이들의 생명을 위한 전쟁"이라고 말했다.

하마스의 말살을 공언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보복 공습을 개시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부터는 지상군을 투입해 하마스 무장대원들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개전 이후 9천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으며 가자지구 곳곳에 분산 수용돼 있던 인질도 다수가 사상했다고 주장해 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이 터지기 전에도 부패 혐의 관련 재판과 '방탄용 입법'이란 비판을 받는 사법부 무력화 시도로 거센 정치적 압력에 직면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에서는 9개월에 걸쳐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이는 이스라엘군과 정보당국이 하마스의 기습 계획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