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선 '휴전' 국내선 '퇴진' 압박…네타냐후 '사면초가'

사우디 등 중동 4개국 "즉각 휴전" 요구
美 휴전 반대했지만 '인도적 교전중단' 압박
튀르키예 "네타냐후 상대 안해 … ICC 제소"
인질 억류 길어지며 국내선 퇴진 여론 거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키르야 군사기지에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베니 간츠 내각 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REUTERS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완전 분쇄'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민간인 사상자가 늘면서 휴전을 압박하는 국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우방인 미국마저 교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하마스에 잡혀간 이스라엘 인질들의 억류가 길어지면서 국내 여론도 등을 돌리는 추세다.

중동국 휴전 압박에 미국도 "교전 멈춰야"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이집트 4개국 외무장관은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휴전을 요구했다. 사메 쇼쿠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조건 없는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한다"라며 "미국이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기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인권 침해와 전쟁범죄를 들어 이스라엘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튀르키어사용국기구 정상회의 참석 후 취재진과 만난 에르도안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는 더 이상 대화 상대가 아니다"라며 "그를 배제하겠다"고 했다. 해당 발언 뒤 튀르키예는 곧바로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미국은 휴전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에는 '인도적 교전 중단'을 압박하고 있다. 휴전은 전선에서 모든 전투와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행위인 반면 인도적 교전 중단은 구호품을 제공하고 인질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특정 지역에서 짧은 기간 교전을 멈추는 것이라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4개국 외무장관과의 회동 뒤 "휴전은 하마스에 재조직을 준비하고 그들이 한 일(이스라엘 공격)을 반복할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이라며 "인도적 교전 중단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휴전과 인도적 교전 중단을 모두 거부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방문한 블링컨 장관을 만나 "우리 인질들의 귀환을 포함하지 않는 일시적 교전 중단은 거부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스라엘 시위대가 4일(현지시간) 예루살렘 총리 관저 밖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얼굴과 '지옥으로 가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UPI
이스라엘이 최대 우방인 미국과 엇박자를 내는 것은 전쟁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하마스를 완전 섬멸하려고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는 이란, 러시아 등 미국의 적에 대항하기 위한 '중동 동맹' 결집이라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중동 국가들을 자극할 수 있는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세는 미국을 더욱 난처한 입장에 몰아넣고 있다. 지난 3일 가자지구 보건부는 가자시티에서 중상자를 이송하던 구급차 행렬이 공습을 당해 15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군은 "다수의 하마스 테러 공작원들을 공습으로 제거했다"며 폭격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하마스 조직원들이 사용하던 구급차를 식별해 공격했다고 해명했다.

이스라엘 국민 76% "네타냐후 퇴진"

네타냐후 총리는 국내에서도 퇴진 요구에 직면했다. 4일 텔아비브 시내에서는 현 정부를 규탄하는 수천명 규모의 시위가 열렸다. 가자지구에 인질로 잡혀간 이들의 친족도 시위에 다수 참여했다. 이들은 인질이 된 가족들의 사진을 들고 "어떤 비용을 치르든 인질을 석방하라" "그들을 당장 집으로 데려오라" 등 구호를 외쳤다. 예루살렘 총리 관저 앞에서는 시위대 수백명이 "(네타냐후 총리를) 당장 수감하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경찰과 대치했다. 이날 이스라엘 방송사 채널13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퇴진해야한다는 응답이 76%에 달했다. 응답자 64%는 전쟁이 끝나는 대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답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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