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제약사 개발 항암제, 미국서 첫 승인…그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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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항암제 부족 속 이례적 성과중국 제약사가 개발한 면역항암제가 처음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 FDA는 중국 상하이 쥔스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면역항암제 ‘로크토르지(성분명 토리팔리맙)’를 지난달 27일 비인두암 치료제로 승인했다. 토리팔리맙은 면역관문물질인 PD-1 항체 기반 치료제 중 하나다. 화학항암제를 사용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하는 비인두암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됐다. 이 회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코헤루스 바이오사이언스와 손잡고 내년 1분기 로크토르지를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의 면역항암제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중국 생명공학 기업들 사이에서 이뤄낸 이례적인 성공”이라며 “오랜 기간 임상시험의 품질과 치료제 개발 능력 등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던 중국 제약사들에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이 대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반도체에 이어 의약품까지 제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항암제를 승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2월 중국 최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인 우시바이오를 수출 통제 대상인 ‘미검증 리스트’에 올렸다가 같은 해 10월 현장 실시 후 철회한 바 있다. SCMP는 “중국 제약사와 정부는 미국의 제재 확대 우려에 신약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미국이 자체 약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국을 눈여겨볼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올해 9월 백악관은 제조 및 공급망 문제로 미국이 15종의 항암제 부족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로크토르지는 글로벌 제약사 머크사의 ‘키트루다’나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옵디보’와 유사하다. 중국에서는 2018년말 승인돼 상대적으로 저렴한 암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