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피아니스트] '듣는 재즈' 개척한 美 텔로니어스 멍크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미국 재즈 작곡자이자 피아니스트 텔로니어스 멍크(1917~1982)는 재즈 애호가들 사이에서 ‘선지자’로 불린다. 20세기 재즈 피아니스트 중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앞서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당대 사람들은 멍크의 연주를 어렵다고 느꼈다. 불협화음이 잦았고 화성도 복잡했기 때문이었다.

멍크는 전통적인 연주법에서 탈피해 재즈 피아노의 신기원을 열었다. 그의 손을 거친 재즈 피아노곡은 댄스 음악용에서 감상용으로 변모했다. 모든 면에서 독창적이었다. 리듬, 화음, 주법 모두 개성이 돋보였다.그는 연주할 때 기타 줄을 내리치듯 건반을 누르며 리듬을 조성했다. 건반을 부드럽게 누르며 음표를 물 흐르듯 연주하는 ‘레가토’를 탈피했다. 당대 피아니스트들은 대부분 레가토를 활용해 화려하고 강렬하게 연주했다. 반면 멍크는 강약 조절과 간결한 화음으로 재즈의 지평을 넓혔다.

하지만 멍크의 전반적인 생애는 불운했다. 한창때인 1951년 마약 스캔들에 휘말려 재즈 클럽 연주 자격인 ‘카바레 카드’를 박탈당했다. 그가 연주 자격을 되찾는 데 6년이 걸렸다. 인기가 절정이던 1970년대에 멍크는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고질적인 정신질환에 발목이 잡혔다. 그로부터 6년 뒤 뇌졸중으로 세상을 등졌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